한국 추상미술 거장 이우환을 비롯한 단색화가 박서보와 윤형근의 작품과 김환기 천경자 김창열 등 쟁쟁한 근현대 화가들의 수작들이 줄줄이 경매에 부쳐진다.
미술품 경매회사 케이옥션은 이달 29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가을 세일 행사를 통해서다. 출품작은 총 88점, 추청가 총액은 약 106억원에 달한다.|  | 
| 김환기의 1969년 작 ‘무제’. 사진=케이옥션 제공 | 
세계적인 유동성 증가에 따라 주식과 금 등 자산시장의 초강세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조만간 미술시장에도 훈풍이 기대되는 만큼 저가 매물을 베팅 할수 있는 기회다.
손이천 케이옥션 홍보이사는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이 5년째 조정을 받고 있는 가운데 홍콩 경매 낙찰률이 96%까지 치솟으며 모처럼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며 “한국에도 주식, 채권, 금, 가상화폐가 일제히 상승하는 ‘에브리띵 랠리’가 지속되고 있어 조만간 미술시장도 활기를 띨 것”이라고 전망했다.
케이옥션은 이번 경매에 한국 추상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전면에 라인업 했다. 김환기의 1969년 작 ‘무제’를 추정가 7억~20억원으로 입찰대에 올린다. 김 화백이 뉴욕에서 구축한 후기 양식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1984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김환기 10주기 기념전'에 출품된 이력을 갖고 있다. 이 작품은 김 화백이 평생 탐구한 색과 점의 미학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화면 중앙의 푸른 원은 마치 우주를 상징하듯 깊은 명상적 울림을 주고, 별빛처럼 흩어진 점들 역시 리듬감 있는 조화를 만들어 낸 게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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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경자의 '자바의 여인' 사진=케이옥션 제공 | 
케이옥션 측은 “화면 상단과 하단의 색띠들은 구조적인 안정감을 부여하면서도, 마치 한국 전통 섬유나 자수를 연상시키는 섬세한 질감으로 동양적 정서를 환기시킨다”며 “따라서 이 작품은 단순한 형식 실험을 넘어, 존재와 자연, 인간과 우주의 관계를 탐구하는 철학적 여정임을 보여주는 깊은 사유의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케이옥션은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이우환의 작품은 일곱 점이나 경매한다. 1987년 작 ‘바람과 함께 S8708-5’은 추정가 9억~15억원, 1983년 작 ‘바람으로부터’는 4억3000만~8억원의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를 매겼다.
단색화로는 박서보의 ‘묘법 No. 150218’을 추정가 4억2000만~6억7000만원에 경매한다. 수행과도 같은 반복의 행위를 통해 물질을 넘어 정신의 세계를 탐구한 미학을 보여주는 걸작이다. 또 하종현의 ‘접합 20-64’(2억2000만~3억5000만원), 윤형근의 ‘Umber-Blue’(1억~2억5000만원), 몸의 움직임과 리듬감을 동시에 포착한 이건용의 ‘바디스케이프(Bodyscape 76-1-2021“’, 남춘모의 ‘스트로크 라인(Stroke-Lines 22-46)’ 등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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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서보의 ‘묘법 No. 150218’                       사진=케이옥션 제공 | 
케이옥션은 한국 현대 구상미술의 대가들의 작품도 대거 내놓았다. 이달 경매 도록의 표지를 장식한 천경자의 ‘자바의 여인’은 동남아 지역을 여행하며 경험한 상상력으로 여성의 아름다움을 작가만의 시선으로 담아낸 걸작이다. 인도네시아 전통 의상을 입고 단정히 앉아 있는 여성의 모습을 강력한 색채로 잡아냈다. 녹색과 황금색이 어우러져 이국적이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붉은색과 황토색의 대비가 도드라진 배경 역시 인물의 존재감을 극대화하며 여성의 생명력에 깊이를 더해 준다. 실제로 천경자는 생전에 미인도 시리즈를 통해 단순한 초상 이상의 인물 심리 표현에 주목하며 여성의 강인함을 묘사하는데 주력했다. 이 작품 역시 여성의 자의식에 색채의 미학를 응축시켜 현실과 이상,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지점을 예술세계로 승화했다. 추정가는 3억300만원~6억원이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김창열의 작품도 네 점이나 경매에 부친다. 김 화백 작고 이후 기존의 수요층과 새롭게 투자하는 애호가들이 가격을 탄탄하게 뒷받침하고 있어 상승추세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해외작가 작품으로는 로버트 인디애나, 로이 리히텐슈타인, 로버트 콩고, 맬 보크너 등 시대를 초월한 작품들이 고루 출품했다.
미국 조각가 로버트 인디애나의 ‘LOVE(Red/Blue)’는 팝아트의 정수로 주목되며, 멜 보크너의 ‘What Were You Thinking?’은 단어 자체를 조형화해 ‘말의 물질성’을 미학적 언어로 치환했다. 조지 콘도의 ‘빛나는 페르소(Radiant Perso)’와 로버트 롱고의 작품 ‘댄싱 트리오(Dancing Trio)’ 시리즈는 팝 이후 세대가 인간의 내면과 사회적 이미지를 재해석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여기에 산드로 키아, 엔초 쿠키 등 유럽의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이 더해져 예술이 언어·감정·기호 사이를 넘나드는 동시대 미술의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다.
경매 출품작들은 경매가 열리는 29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예약 없이 무료로 만나 불 수 있다. 경매는 케이옥션 회원(무료)으로 가입한 후 서면이나 현장 응찰, 전화 또는 온라인 라이브 응찰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경매가 열리는 29일은 회원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경매 참관이 가능하다.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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