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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정호 광운대 건축공학과 교수 |
지난 9월7일 정부는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주택건설 속도를 높이면서 동시에 환경ㆍ안전ㆍ공사품질 등의 측면에서 전통적 공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모듈러 공법 활성화를 언급하면서, ‘OSC(탈현장건설)ㆍ모듈러특별법’ 제정도 예고했다.
OSC 또는 모듈러는 ‘공장생산 현장조립’이라는 생산방식에 근거한다. 기능인력 부족 문제 해소, 현장 안전사고 감소, 소음과 먼지 등 환경문제 해소 등 많은 장점을 지닌다. 주택의 품질이 근로자의 기능 수준에 좌우되지 않고, 공장생산 자동화가 진척될수록 품질의 변동성이 줄어들고 하자발생 가능성이 낮아지며 전체 건설산업의 생산성도 높아질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모듈러 공동주택의 공장생산 품질에 대한 이슈이다.
현재의 공동주택 건설에서는 주요 건설공정 단계마다 감리자가 품질을 확인ㆍ검증하는 감리자에 의한 품질보증체계가 운영되고 있다. 또한 감리자의 역할은 시공자도 설계자도 아닌 제3자가 맡게 되어 있고, 발주청 또는 인허가권자가 선정하도록 하여 시공사로부터의 독립성을 보장하게 되어 있다. 감리자는 공사중지 권한도 부여받아 품질에 대한 강력한 권한을 행사한다. 주택감리 또는 건설사업관리 등 사용하는 명칭은 적용받는 법에 따라 다르지만, 모든 공동주택 건설현장에서는 제3자에 의한 품질보증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주요 건설공정이 공장에서 진행되는 모듈러 방식의 경우 기존 감리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대신 공업화주택인정제도가 있는데, 설계도면ㆍ생산공정계획ㆍ품질관리계획 등을 검토하여 인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 서류들에 따라 생산이 이루어지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명확하지 않다. 제3자에 의한 품질검증 체계가 없는 셈이다.
특히 현실의 모듈러 공장은 작업 장소가 현장에서 공장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때문에 공업화주택인정제도가 모듈러 공동주택의 품질을 보증해 줄 것이라 신뢰하기 쉽지 않다. 참고로 인정(Accreditation)과 인증(Certification)은 다른데, 현재의 공업화주택인정제도는 인정이 아니라 인증이라는 명칭이 더 적합하다.
모듈러 건축과 관련해서 미국ㆍ캐나다ㆍ싱가포르ㆍ일본 등에서 나름의 품질보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캐나다의 CSA A277 표준이 가장 체계적이고 ISO 9001:2015 시스템에 가장 잘 부합하고 있다. CSA A277 체계에서는 자재 검수, 모듈 제작 단계별 검사, 최종 모듈의 검사, 최종 모듈 대상 무작위 추출 검사, 검사를 모두 통과한 모듈에 CSA 인증 마크 부착 등을 통해 생산된 모듈의 품질을 보증하고 있다. 특히 제3자에 의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공장에서 제작된 모듈의 품질이 확인된다. 우리의 공업화주택인정제도 보다 훨씬 치밀하고 신뢰성이 높아 보인다.
공동주택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서 처리하는 하자분쟁사건의 건수도 증가하고 있고, 하자심사 대상 중 실제 하자로 판정되는 비율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들의 주택 품질에 대한 눈높이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모듈러 공법에 의한 공동주택 공급이 더 많아지기 전에 품질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품질보증체계의 정비도 서둘러야 한다.
유정호 광운대 건축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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