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동섭 기자] 최근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온스당 4300달러를 돌파했던 국제 금값이 일주일 만에 9% 넘게 하락하며 4000달러 선이 무너졌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제 금가격은 종가 기준 이달 최고점(20일, 온스당 4324.17달러) 대비 8.9% 떨어진 온스당 3970.70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3970달러 선에서 거래되며 4000달러를 밑돌았다. 금 현물 ETF는 일주일간 8%를 넘는 손실률을 나타냈다.
급락의 배경에는 미·중 무역 갈등 완화 기대감과 과열 조정이 맞물린 것으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무역 합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약화됐다. 여기에 최근 가파른 상승세에 대한 부담감이 겹치며 대규모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하락을 단기 투기 세력의 포지션 청산에 따른 조정으로 보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의 존 리드 시장 전략가는 "지속 불가능한 랠리에 대한 건전한 조정"이라며 "금값이 3500달러까지 내려가는 것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내년 말 금값 전망치를 온스당 3500달러로 하향 조정하며 "지난 8월 이후 25% 급등은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런던금시장협회(LBMA)의 폴 피셔 의장도 "투기적 포지션이 청산되면 시장은 다시 반등할 준비를 하게 된다"며 단기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값 급락에도 불구하고 국내 투자자들은 오히려 저점 매수에 나서는 모습이다.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23~29일 일주일간 'ACE KRX 금현물'과 'TIGER KRX 금현물'을 각각 889억원, 2080억원 순매수했다.
국내 금 ETF 시장에서는 김치 프리미엄 축소로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거래소 금 시세를 추종하는 'ACE KRX 금현물'과 'TIGER KRX 금현물'은 지난 15일 대비 각각 23.08%, 23.14% 급락한 반면, 해외 금 ETF에 투자하는 'SOL 국제금'과 'KODEX 금액티브'는 4.63%, 5.37% 하락에 그쳤다. 국제 금값 하락폭보다 김치 프리미엄 축소 폭이 더 컸던 영향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조정을 단기 과열 해소로 보고 중장기 투자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금에 대한 투자 의견을 유지하며 "미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 속에서 금의 강세 사이클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증권사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인 금의 수혜가 계속될 것"이라며 "가격 조정 시 매수 기회로 활용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김동섭 기자 subt7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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