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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표류’ 동부간선道 지하화 또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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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0-29 16:09:47   폰트크기 변경      

동대문구 주민들 “생활권 침해”
월릉IC 램프 설계 재검토 촉구
서울시 “위치 변경은 어려워”


2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이문산책길 보존 대책위원회’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민자사업(월릉IC 램프A) 설계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 사진 : ‘이문산책길 보존 대책위원회’ 제공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서울시의 오랜 숙원 사업인 ‘동부간선도로 지하화’가 또다시 암초를 만났다. 중랑구에 이어 이번엔 동대문구 주민들이 “삶터 위로 공사가 밀려왔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15년 표류 끝에 재가동된 사업이지만 생활권 침해 논란이 잇따르며 서울시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9일 오전 서울시청 앞.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주민 150여 명이 손팻말을 들고 “월릉IC 램프 설계 전면 재검토”를 외쳤다. ‘이문산책길 보존 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집회에서 주민 A씨는 “몸이 불편한 어머니가 유일하게 산책하시던 길인데, 이제는 소음과 먼지 때문에 나올 수도 없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다른 주민은 B씨도 “20년 넘게 가꾼 산책로가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며 “지금까지 이런 통보는 한 번도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2동 중랑천 산책로를 따라 초등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 사진 : ‘이문산책길 보존 대책위원회’ 제공


논란의 발단은 지난 9월 말, 서울시가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월릉IC 램프A’ 공사 착공을 통보하면서부터다. 주민들은 그제야 자택 앞 20m 거리에 차량 진입 터널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문동에 23년째 거주 중인 주민 C씨는 “이문IC 램프 공청회를 휘경동 주민센터에서 몰래 열어 아무도 몰랐다”라며 “이문동 주민을 완전히 배제한 처사”라고 분노했다.

공사 구간에 포함된 이문2동 중랑천 산책로는 하루 1500명 이상이 오가는 생활로(路)로, 구청이 지난해 5억원을 들여 황톳길과 카페, 공용화장실을 조성하며 쉼터로 가꿔온 곳이다.


하지만 공사가 본격화하면 산책길 대부분이 차량 진입로와 겹친다. 유모차를 끄는 부모, 휠체어를 탄 어르신, 통학 중인 아이들이 오가던 길이 ‘공사장 통로’로 바뀌게 된다.

특히 이 산책로를 통해 인근 초등학교로 매일 120여 명의 학생들이 등하교한다. 맞은편에도 보행로가 있지만 폭이 좁고, 두 개의 횡단보도가 지하도로와 연결돼 있어 우회전 차량에 따른 사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시와 건설사의 계획대로 공사가 끝나더라도 주민들은 지하화된 동부간선도로를 이용하려면 멀리 돌아가야 한다. 공사로 인한 소음과 분진을 견뎌도, 정작 눈앞의 도로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닫힌 길’이 된다.


주민들 사이에선 “아파트 단지에서 더 떨어진 곳으로 진입로를 옮길 수 있지만, 비용 절감을 이유로 주민의 삶과 환경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민들은 제방 안전성도 우려한다. ‘홍수를 막는 제방을 파고 터널을 내면 구조가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신이문역 인근 이문2동 복합청사 공사현장에서는 지난 7월 싱크홀이 발생해 건물이 기울기도 했다.


서울 동대문구 중랑천변 인근에 설치된 ‘서울시는 월릉IC 램프 위치 변경·산책로 보존 등 주민 요구사항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며 주민들과 협의해 사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라는 내용의 서울시 현수막. 서울시는 공사 유보 방침을 밝히고 주민 의견을 수렴 중이다. / 사진 : 독자제공 


서울시는 논란이 커지자 공사를 잠정 유보하고 현장에 안내 현수막을 설치했지만, 주민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공사만 미뤘을 뿐 언제 다시 시작될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이문산책길 보존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시에서 공식 중단에 대한 공문은 없다”며 “민원에 대한 답변은 ‘보완하겠다’는 말뿐”이라고 했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도 최근 주민 간담회에서 “구청장으로서 직을 걸고서라도 공사를 막겠다”고 밝히며 서울시에 재협의를 공식 요청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미 공사 계획이 확정된 만큼 “위치 변경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IC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산책로 보전 요구가 커 그 부분을 우선 검토 중”이라며 “터널 진입부는 복원이 어렵지만 일부 구간은 우레탄 포장과 조경을 덧대 연속성을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이번 논란이 “일부 주민의 주장에 국한된 사안”이라는 설명도 내놨다. 시 관계자는 “단지 안에서도 일부는 찬성 의견을 내고 있고, 강하게 반대하는 분은 몇 분 정도”라며 “성북구 쪽으로 옮기자는 주민 의견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초등학교 바로 앞에 진입로가 들어가야 하는데, 본인 자녀가 다니는 학교 앞에 차량이 오가는 구조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앞서 지난해에는 인접한 중랑구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반대가 있었다.


당시 박홍근 민주당 의원(중랑을)은 “지상 램프 설계로 인해 장미축제길과 수변공원이 단절되고 주민 피해만 커진다”며 “비용 절감을 이유로 시민의 삶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서울시는 한 차례 설계를 수정하고 착공 시점을 늦추기도 했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은 서울 동북권의 15년 숙원이다. 2029년 개통을 목표로 하는 이번 사업은 노원ㆍ성북ㆍ중랑ㆍ동대문ㆍ성동ㆍ광진ㆍ강남 등 7개 구를 잇는 총 12.5㎞ 구간으로, 월계동에서 대치동까지 통행 시간이 기존 50분에서 10분대로 단축될 전망이다.


지상 도로가 사라진 자리에 여의도공원의 10배 규모(221만㎡)의 수변공원이 조성될 계획도 포함됐다.

서울시는 “이번 사업이 교통난 해소와 침수 예방, 동북권 균형발전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이문동과 중랑 일대의 생활권 침해 논란이 다시금 사업 속도를 늦추고 있다.

시 관계자는 “현재 공사 재개 시기를 정하지 않은 채 주민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기술적ㆍ환경적 안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주민이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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