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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승인했다며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한미 정상 간 담판으로 관세 등 무역협상에서 극적 타결을 이루면서 안보 분야 현안 논의에도 ‘훈풍’이 불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한미)의 군사 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며 “이에 근거해 나는 그들(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이고 훨씬 덜 민첩한 디젤 잠수함이 아니라,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말한 ‘필리델피아’는 지난해 한화그룹이 1억 달러에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를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정상회담 개최 이후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 대통령의 요청에 화답한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전(8월 백악관 회담)에 제가 자세히 설명 못 드려 약간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핵무기 잠수함 만드는 것이 아니라 디젤 잠수함의 잠항 능력이 떨어져 북한, 중국 잠수함들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능하다면 연료 공급을 허용해주시면 저희가 저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하는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해 우리 한반도 동해와 서해의 해역 방어 활동을 하면 미군의 부담도 줄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를 지렛대 삼아 우리 측의 최대 숙원인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와 이 대통령이 선제시한 방위비 확대 등 안보 쟁점에 대한 논의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국은 그간 협정으로 인해 고농축우라늄을 군사적 용도로 생산하거나 사용할 수 없었다. 핵잠수함 도입 역시 이로 인해 금지돼 있다.
이 대통령은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 부분에 대해 실질적인 협의가 진척될 수 있도록 지시해주시면 좀 더 빠른 속도로 그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핵연료 사용 확대 등 민감한 쟁점을 공개석상에서 공론화한 것이 협상을 유리한 고지로 이끈 ‘신의 한수’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회담 당일까지도 회의적 전망이 우세했던 관세 협상의 물꼬를 트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미국 ‘조선업 부흥’을 위한 대대적 투자와 미 군사전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취지의 ‘국방력 강화’ 카드를 내세워 트럼프의 관심과 호응을 이끌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는 한국과 협상 결과에 대해 “한국은 미국이 그들에게 부과한 관세를 낮추는 대가로, 미국에 3500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동의했다”며 “추가로 그들은 우리의 석유와 가스를 막대한 물량으로 구입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부유한 한국 기업들과 사업가들의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는 6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전처럼 ‘전액 현금’이나 ‘선불’ 등의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다만 양국 간 세부 내용에 미묘한 입장차도 표출되며 지난 7월 관세 타결 이후 불거진 ‘엇박자’ 논란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한 모습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날 한국이 ‘100%’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며 “한국에 대해 15%의 상호관세,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도 15% 관세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도체 관세는 “이 거래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우리 정부는 향후 2∼3일 내 관세협상 합의안에 대한 팩트시트(설명자료)를 작성하고 양해각서(MOU) 체결, 대미투자펀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입법 등 이행 절차에 나설 방침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MOU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법이 제정돼야 하고, 국회에서 통과해야 한다는 조항이 (합의안에) 있다”며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시점에 속하는 달의 첫날로 소급해 관세를 인하하기로 양국 간 얘기가 됐다”고 전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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