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호윤 기자] 미국 글로벌 제약기업인 일라이 릴리의 비만·당뇨 치료제 ‘터제파타이드’ 성분 제품 마운자로와 젭바운드가 MSD의 항암제 ‘키트루다’를 제치고 올해 3분기 기준 세계 매출 1위 의약품으로 등극했다.
2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일라이릴리는 지난달 30일 실적발표를 통해 올해 3분기 글로벌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4% 급증한 176억달러(약25조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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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제공 |
이 같은 실적은 이끈 주역으로는 단연 비만·당뇨 치료제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로 꼽힌다.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는 주성분이 ‘터제파타이드’로 동일하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당뇨병 치료제로 마운자로가, 비만 치료제로 젭바운드가 따로 허가받아 각각 출시됐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국가에서는 마운자로가 비만 적응증까지 모두 포함해 단일 제품으로 출시됐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두 제품의 매출을 합산해 글로벌 실적을 집계한다.
두 제품의 3분기 글로벌 매출은 각각 65억 1000만 달러(약 9조 3000억원)와 35억 8000만 달러(약 5조 1000억 원)로, 총 100억 9000만 달러(약 14조 4000억원)를 기록했다. 이 중 미국에서의 매출은 71억 2000만 달러(약 10조 1000억원)로 젭바운드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84% 증가한 35억 7000만 달러를, 마운자로는 49% 증가한 35억 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마운자로와 젭바운드가 분기 매출 기준 10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MSD의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분기 매출을 앞지르게됐다.
같은 날 발표된 MSD 실적에 따르면 MSD의 글로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한 173억 달러(약 24조 7000억원)로, 이 중 키트루다 매출은 10% 증가한 81억 달러(약 11조 5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번 마운자로의 성장에서 주목할 점으로 의약품 가격 인하 압력 속에서도 이뤄졌다는 것이다. 릴리는 미국에서 60%의 처방량 증가를 기록했지만, 실제 가격은 15% 하락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월 GLP-1 의약품을 포함한 처방약 가격을 다른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최혜국 대우(Most Favored Nation)’ 정책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10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GLP-1 의약품 가격을 월 150달러로 낮추겠다고 언급했고, 이로 인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 주가가 급락하며 수백억 달러의 시가총액이 증발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릭스 일라이 릴리 회장은 “당뇨병과 비만 치료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에 힘입어 강력한 분기 매출 증가를 달성했다”며 “미국 버지니아와 텍사스에 새로운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공장을 확장해 앞으로도 제조 능력을 지속적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일라이릴리는 이번 실적 발표와 함께 2025년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기존 630억 달러(약 90조 1000억원)에서 635억 달러(약 90조 1000억원~90조8400억원)로 상향 조정했다.
김호윤 기자 khy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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