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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CEO가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최고경영자 서밋(APEC CEO SUMMIT)'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 |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면서 한국이 동북아시아의 ‘AI 인프라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엔비디아·아마존웹서비스(AWS)·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는 물론 삼성·SK·현대차·네이버·LG유플러스 등 국내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면서, 한동안 정체돼 있던 데이터센터 산업이 ‘AI 대전환’의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2일 ICT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최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사리현동 일대에 80메가와트(MW)급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실사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인천 서구와 울산에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인 AWS가 국내에서 세 번째로 추진하는 하이퍼스케일급 시설이다.
AWS는 지난 6월 SK그룹과 손잡고 약 7조원(49억달러) 규모의 울산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발표했으며, 이번 고양 프로젝트를 포함해 2031년까지 국내 인프라에 총 12조6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맷 가먼 AWS CEO는 지난달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한국은 AI 혁신의 중심지로 부상했다”며 인천·경기 일대에 50억달러 이상을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AWS는 그간 국내 전력 규제와 입지 민원 문제로 일본·싱가포르 등지로 눈을 돌리기도 했지만, 최근 정부의 ‘AI 고속도로’ 정책과 미·중 기술 갈등 심화로 한국 시장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면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는 SK그룹이 오픈AI와 손잡고 서남권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로 하면서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양측은 지난 10월 초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한국 내 초거대 AI 연산을 위한 전용 데이터센터를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데이터센터 입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AI컴퓨팅센터’ 사업과 연계해 광주광역시 또는 전남 영광 등 서남권 전력 인프라가 풍부한 지역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삼성SDS 컨소시엄이 단독 입찰한 국가AI컴퓨팅센터 사업을 연내 선정할 계획이며, 입지 결정에 따라 SK–오픈AI 프로젝트의 최종 위치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APEC 2025 정상회의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발표한 ‘블랙웰’ GPU 26만장 공급 계획은 국내 AI 인프라의 대전환을 상징한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네이버 등에 각각 5만장 안팎의 GPU를 공급하고, 네이버클라우드에는 6만장을 추가로 제공한다.
현대차그룹이 도입 예정인 블랙웰 GPU 5만장은 테슬라의 데이터센터(엔비디아 H100 12만장 수준)에 맞먹는 연산 능력을 갖출 것으로 평가된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GPU 확보량 기준으로 한국이 세계 3위권에 진입했다”며 “AI 산업 경쟁력의 핵심 기반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통신사들도 AI 데이터센터 경쟁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SK텔레콤은 서울 구로구 일대에 신규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며, SK브로드밴드 조정민 본부장은 “서울에서 가능한 마지막 대규모 입지를 활용해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경기도 파주에 2027년 완공을 목표로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며, 기존 평촌 2센터는 3단계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투자를 계기로 한국이 울산–인천–경기–광주를 잇는 ‘AI 서부벨트’를 구축하며 동북아 AI 인프라 중심국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다만, 전력망 확충과 인허가 규제 완화, 냉각·안정성 기술 고도화 등 과제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GPU 공급만큼 중요한 건 이를 수용할 인프라”라며 “데이터센터 확충이 늦어지면 글로벌 AI 경쟁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는 미국·대만·일본에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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