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한그루도 훼손 없이 지그재그 조성
“유아차 끌고 남산 오르다니, 너무 편해”
노을 전망대 오르면 서울 도심 한눈에
![]() |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남산 하늘숲길에서 시민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이종무 기자 |
[대한경제=이종무 기자] 찬 공기가 마치 촌각을 다투듯 겨울을 재촉하는 모양새다. 하루가 다르게 쌀쌀해진 날씨를 보니 어느새 가을의 끝자락에 와 있음을 실감한다. 단풍에 쉽사리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 같던 서울 남산 자락도 제법 울긋불긋 물들기 시작했다.
만추의 가경을 만끽할 수 있는 산책로가 남산에 조성됐다. 지난달 25일 전면 개방된 ‘남산 하늘숲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대한경제>를 비롯한 시 출입기자단이 지난달 31일 이곳을 함께 걸으며 탐방했다.
![]() |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남산 하늘숲길에서 시민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이종무 기자 |
남산 하늘숲길은 남산도서관 옆 새로 조성된 작은 공원 소월정원에서 출발한다. 그간 남산은 깊어가는 가을을 느낄 수 있는 서울 도심 속 단풍 명소로 알려져왔지만, 누구나 오르기 쉬웠던 건 아니다. 하지만 남산 하늘숲길은 용산구 후암동 체력단련장까지 나무데크로 조성된 1.45㎞ 무장애 산책로다. 고령자뿐 아니라 유아차나 휠체어를 끌고도 남산을 오를 수 있도록 안정적이고 완만한 경사로 설계됐다.
숲길에서 만난 시민들은 “너무 좋다”, “너무 예쁘다”며 연신 입을 모아 감탄했다. 한 어르신(73)이 “나이 든 사람도 이렇게 편하게 남산에 올라갈 수 있으니 좋다”고 말하자, 오 시장은 “이런 공간을 더 많이 만들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유아차를 끌고 아이와 함께 나들이 나온 부부나 반려견과 산책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유아차를 끌고 온 한 부부는 “유아차를 끌고 남산에 오르게 될 일은 상상도 못했다”며 “너무 편했다”고 말했다.
숲길은 경사가 낮게 설계되다 보니 지그재그 형태를 띈다. 그만큼 최대한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조성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시 총괄건축가와 정원도시국, 조경설계회사 등 민관이 머리를 맞댔다. 오 시장은 “남산 하늘숲길은 나무 한그루도 베어내지 않도록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 역력하다”고 말했다.
![]() |
| 서울 용산구 남산 하늘숲길 바람전망다리에서 본 메타세쿼이아 숲. /사진:이종무 기자 |
제법 물들어가는 단풍은 절정을 향해가고, 옆에서 하나둘씩 떨어지며 화려하게 수놓는 낙엽을 따라 걷다보면 가을 남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잇달아 펼쳐진다. 바람전망다리에서는 숲길 이름답게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 솟은 메타세쿼이아가 이미 노란 옷으로 갈아입고 걷는 이를 맞이하고 있고, 아주 오래 전 가동을 멈춘 폐펌프장을 활용한 모험놀이데크는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특히 노을 전망대는 정상까지 가지 않아도 남산의 매력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서울 도심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유리 펜스를 활용해 개방감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꺼지지 않는 서울의 야경과 노을빛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풍경을 눈과 마음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오 시장은 일본 출장길에 방문한 도쿄 시부야 스카이 전망대에서 영감을 받아 마련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 |
| 서울 용산구 남산 하늘숲길 노을 전망대. /사진:이종무 기자 |
이밖에도 남산 하늘숲길에는 느티나무ㆍ참나무ㆍ솔빛ㆍ벚나무 전망대를 비롯해, 새소리길, 바위 쉼터, 별빛 마로니에 숲, 건강 정원 등 다채로운 매력을 뽐내는 명소가 즐비하다.
지루할 틈도 없이 남산 정상 부근에 닿는다. 천천히 걸으며 다양한 명소에서 사진을 찍고 추억을 남겨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마침 시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서울 단풍길 110선’에 선정된 남산 남측순환로와도 연계하면 완벽한 가을 여행이 완성된다.
![]() |
| 서울 용산구 남산 하늘숲길 끝자락에서 N서울타워를 바라본 모습 . /사진:이종무 기자 |
한편 오 시장은 남산 곤돌라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는 데 대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남산 하늘숲길이 원래 곤돌라 개통과 맞춰 계획된 것”이라면서 “보행 약자들이 더 편리하게 남산을 즐기기 위해서는 곤돌라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이종무 기자 jmlee@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