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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톡] LH 종심제 브로커 '컨소 위장' 교모한 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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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1-03 06:01:06   폰트크기 변경      

베일에 싸인 대금지급 실체 드러나
합법적 기업 뒤에 숨어 '지분 참여'
공동수급체 기성금서 '안분비'지급
견적·입찰대리 의심社, 낙찰 회피도

동탄2 종합병원 공모사업 경쟁구도
리즈인터내셔날 vs 에스디에이엠씨
임대복지시설 공사비 조달 '난제'



진행= 채희찬 건설산업부장

채= 본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종합심사낙찰제(이하 종심제)에서 브로커 조직 활동을 단독 보도한 이후 제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엔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브로커 대금 지급 방식’의 실체가 드러났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최= 상당히 정교하게 설계된 시스템입니다. 브로커가 소속된 회사, 이를 ‘A사’라고 하겠습니다. 이 A사가 공동수급체 구성원으로 약 10% 지분을 갖고 참여합니다. 서류상으론 정상적인 컨소시엄 멤버죠.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나머지 구성원사들이 기성금을 받으면 각자 지분대로 A사에 안분비를 지급하는데, 이게 일반적인 컨소시엄 운영비 정산처럼 보이게끔 위장한 겁니다.

백= 한 단계 더 들어가면 더 교묘합니다. A사는 받은 안분비를 브로커에게 ‘자사 직원 급여’ 명목으로 지급해요. 브로커가 실제로 A사 소속 직원이니 급여 지급 자체는 합법적 거래로 보입니다. 심지어 안분비 지급 시 ‘수고비’를 추가로 얹어주기도 하는데, 이 역시 업체 간 정상 거래 범주에 들어가죠. 결과적으로 브로커는 A사라는 합법 기업 뒤에 완벽히 숨는 구조입니다.

채= 공정거래위원회나 조달청이 들여다봐도 구분이 어렵다는 얘긴가요?

최= 그렇습니다. 안분비는 원래 컨소시엄 회사들이 공사 진행에 필요한 운영비를 주고받는 정당한 거래입니다. 공정위가 조사해도 이게 정상적인 안분비인지, 브로커 대가인지 입증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예요. 서류상으론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컨소시엄 구성, 지분율, 안분비 지급, 급여 지급 모두 합법적 절차를 거치니까요.

백= 업계에선 “이 정도 시스템이면 상당한 시행착오를 거쳐 정교화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초기엔 직접 현금 수수 방식을 썼을 텐데, 적발 위험이 커지자 안분비를 우회로로 활용하는 쪽으로 진화했다는 겁니다. 특히 A사가 실제 건설업 등록을 갖춘 업체라는 점이 결정적입니다.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라 정상 운영 중인 회사니 외형상 의심할 여지가 줄어들죠.

채= 그런데 본지 보도 이후 종십제 입찰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고요?

최= 네, 브로커에게 견적이나 입찰 대리를 맡긴 것으로 의심되는 업체들이 갑자기 균형가격 산정범위를 의도적으로 크게 벗어나 투찰하기 시작했어요. 낙찰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아마 조용히 이슈를 넘기려는 의도인 듯한데, 역설적으로 이런 비정상적 투찰 패턴이 오히려 의심을 키우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차라리 평소대로 입찰에 참여하는 게 나았을 것”이란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옵니다.

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화성동탄2 종합병원 유치 패키지형 공모사업’이 1년 만에 재공모로 본궤도에 올랐습니다.

최= 지난주 사업신청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리즈인터내셔날 컨소시엄과 에스디에이엠씨 컨소시엄의 양자 대결로 확정됐습니다. 리즈인터내셔날은 고려대병원·우미건설·미래에셋증권과, 에스디에이엠씨는 순천향대병원·호반건설·삼성증권과 손잡았어요. 사업 규모는 총 19만㎡에 토지공급예정가격만 8884억원 수준입니다. LH는 이달 중 평가를 진행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입니다.

백= 이 사업은 1년 전 첫 공모 때 3개 컨소시엄이 확약서를 냈지만 사업신청서 단계에서 모두 이탈하면서 무산됐었죠. 이번에도 막판까지 우려가 있었는데, 핵심 걸림돌은 ‘노인의료복지시설’ 공사비 조달 문제입니다.

채= 왜 문제가 되는 건가요?

백= 노인의료복지시설은 임대 방식이라 아파트처럼 분양으로 공사비를 회수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시공사가 외상 공사를 하거나 자체 자금으로 조달해야 하는데, 이미 주상복합은 분양가 상한제로 수익성이 빠듯한 상황이죠. 시공사 입장에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최= 짓고 난 뒤도 문제입니다. 매입 운영 주체가 나타나지 않으면 계속 보유해야 하는데 운영 부담이 만만치 않아요. 업계에선 “이 부분이 사업 마지막까지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큽니다. 1차 공모 때 전부 이탈한 것도 이 때문이고요.

채= 이번엔 2개 컨소시엄이 신청서를 냈지만, 실시협약 단계에서 조건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얘기네요. LH가 공사비 지원이나 운영 주체 사전 확보 등 보완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1년 전 전철을 밟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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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부
최지희 기자
jh606@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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