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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한 뒤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대한경제=김광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주간 미ㆍ중ㆍ일 정상들을 만나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역량을 스스로 증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의 관세협의 후속협상 타결ㆍ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등을 얻어내는 한편, 중ㆍ일 정상회담도 원만히 풀어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통해 교착 상태에 빠진 관세 협상을 풀어냈다.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금의 총액은 유지됐지만, 현금 투자비율과 연간 투자 상한액(200억 달러), 투자금 회수 안전장치 등을 마련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역 분야뿐 아니라 핵연료 추진 잠수함의 도입을 역으로 꺼내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승인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끌어내기도 했다. 양국은 조만간 안보ㆍ무역을 포괄하는 ‘조인트 팩트시트’ 발표를 목표로 세부 문안을 조율 중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는 한화오션 제재 문제와 한류 금지령(한한령) 해제 등 경제ㆍ문화 분야 민감 현안을 의제로 올리며 양국 간 대화의 물꼬를 텄다. 이를 통해 한국의 입장을 명확히 하고 실질적 협력 가능성을 점검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와 첫 상견례를 갖고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셔틀외교 지속에도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과거사 관련 문제는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점이 향후 한일 관계의 변수로 꼽힌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60조원 규모 잠수정 사업에서 한국이 기여할 수 있음을 강조하며 정부 차원의 지원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방산 프로젝트는 기존 개별 기업 역량 중심 수출과 달리 금융 지원, 산업 협력, 방산 스타트업 협력 등 정부 차원의 폭넓은 지원이 성패를 좌우하는 초대형 사업으로 평가된다. 이를 감안해 민관 차원에서 협력을 직접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또한 이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관계 발전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으며,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는 양국 간 협력 강화 방안이 논의됐다. 이와 함께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와 만나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은 정상 간 회담에서 안보ㆍ경제와 직결된 의제를 직접 제시하고 실행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이어갔다. 이를 두고 상대국과의 정치적 신뢰를 바탕으로 국가적 이익과 직결된 현안을 최대한 챙기는 이 대통령의 실용적 전략이 두드러진 대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APEC 정상회의 폐막 후 경북 경주 IMC(국제미디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경주선언과 AI 이니셔티브,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 등 3가지 문서는 아태지역을 평화와 번영의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APEC 경제 지도자들의 뚜렷한 의지가 함께 모였기에 가능했던 우리 모두의 성과”라고 평가하면서 “대한민국은 앞으로도 APEC의 발전과 아태 지역 번영을 위한 여정에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중일 3국의 미묘한 견제 구도와 한미일 삼각공조 틀 안에서 한중 관계 개선을 추진 중인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 노선은 향후에도 시험대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김광호 기자 kkangh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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