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수함 승인→재처리ㆍ농축 문제 연계 가능성
탈원전 정책과 배치…“명확한 방향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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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후핵연료 습식저장고/ 한수원 제공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미국 정부의 한국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문제 해결의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APEC 계기 한ㆍ미 정상회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도 실질적 진전을 이루며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은 1974년 한ㆍ미 원자력협정 체결 이후 50여 년간 농도 20% 미만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연구 목적으로만 진행할 수 있으며, 이마저도 미국의 건건이 사전 동의가 필요해 사실상 국내에서 핵연료 재처리나 농축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는 한미 원자력협정의 일종의 “금기”로 불린다.
재처리가 가능해지면 고준위방폐물 처리를 위한 새로운 선택지가 생긴다. 사용후핵연료에서 U-235를 회수해 재활용하면 처분해야 할 핵연료 부피를 4분의 1가량 줄일 수 있어서다. 또 농축 문제가 해결되면 자체 우라늄 조달이 가능해져 에너지 안보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는 수입에 의존하던 핵연료 수급의 주체성을 확보하는 의미가 있다.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한미 원자력협정이 미일 수준으로 포괄적 동의하는 형태로 개정되고, 핵연료 재처리가 가능해지면 현재 2만t 규모의 사용후핵연료의 부피를 크게 줄이고, 처분부지 면적 또한 대폭 축소할 수 있다”며 “농축 문제도 진전돼 직접 우라늄을 조달할 수 있다면 전력수요 급증과 함께 원전 연료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핵연료 수급에 어느정도의 주체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재처리 필요성을 강조하는 외교적 성과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 원전 26기를 운영하며 누적된 사용후핵연료는 54만여 다발에 달하며, 임시 저장시설은 포화 상태에 이르러 고준위방폐장 건설이 시급하다. 이 상황에서 재처리는 대안이 될 수 있으나,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가 이를 어렵게 만든다는 시각이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핵에너지 사용의 명분이 원전 운영 확대에 있는데,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을 주저하고 계속 운전에도 미온적인 상황에서 재처리 필요성만 강조하는 것은 ‘핵에너지의 평화적 활용’이라는 목적에 맞지 않아 ‘국내 정치용 외교’로 비친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핵잠수함 이슈를 통해 핵에너지 활용의 국익 기여도가 환기됐다”며 “정부는 외교 무대에서 보여준 것처럼 에너지 정책 역시 경제적ㆍ실용적 관점에서 접근해 합리적인 방향 설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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