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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왼쪽 네번째)과 바트 삽 유미코아 CEO(왼쪽 세번째)이 벨기에 현지에서 기념촬영을 진행하고 있다./사진: HS효성 제공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HS효성그룹이 차세대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실리콘 음극재’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HS효성은 지난 31일 1억2000만 유로(약 2000억원)를 투자해 벨기에에 본사를 둔 글로벌 소재기업 유미코아의 배터리 음극재 자회사 EMM를 인수하고, 유미코아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거래는 당국의 승인을 거쳐 최종 마무리될 예정이다.
유미코아는 100년이 넘는 역사와 첨단소재 원천기술력을 바탕으로 배터리, 촉매, 반도체, 방산, 우주항공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및 생산 능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이다. 희토류 관련 기술도 보유하고 있으며, 한때 퀴리 부인이 라돈ㆍ우라늄 등 연구활동을 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실리콘 음극재는 배터리의 음극에 적용되는 소재로, 기존의 흑연 음극재 대비 에너지 밀도가 최대 10배 이상 높아 차세대 배터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전기차의 충전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는 급속충전이 가능하고, 충전효율 개선과 주행거리 향상 및 가격 경쟁력 확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기술이다.
음극재 이외의 다른 소재 영역이 기술적 한계에 이르면서 실리콘 음극재가 미래 배터리 혁신에 가장 잠재력이 큰 분야로 꼽히고 있다.
글로벌 조사기관 큐와이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실리콘 음극재의 시장규모는 2024년 5억 달러(약 7100억원)에서 연평균 40% 가까이 성장해 2031년에는 47억 달러(약 6조7000억원)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조사기관 SNE는 2035년에 실리콘 음극재의 시장 규모가 70억 달러(약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인수는 ‘원천기술과 지적자산에 기반한 가치극대화’를 강조해 온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직접 발굴했다. 조 부회장은 코로나 이전부터 유미코아사를 수차례 직접 방문했으며, 계약기간인 10월 말을 맞추고차 APEC 준비기간에도 여러 차례 철야 미팅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 부회장은 평소 기술과 지적자산 확보를 통해 고부가 포트폴리오를 지향하고, AI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가치경영 철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차세대 AI로 불리는 엔터프라이즈 AI, 피지컬 AI 관련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HS효성은 이번 인수를 통해 향후 5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해 대규모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며, 그 첫 투자처로 울산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60년 전 효성그룹의 모태가 된 울산공장은 현재 아라미드, 자동차소재 사업 외 대부분의 사업을 해외로 이전했다. 국내 리쇼어링을 통해 고부가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투자로 확보한 원천기술을 활용해 반도체, 화장품 소재 등 정밀화학 분야 및 스페셜티 화학 분야로도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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