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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물결치고, 예술이 흐르고, 풍경이 넘치고… 夜好! 청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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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1-03 18:26:56   폰트크기 변경      
복원 20년 야간 점등식

패션쇼ㆍ아카펠라 공연 무대 열려
오간수교 상하부에 켜진 조명
굴다리 벽면에 미디어아트 설치

쉬리ㆍ버들치ㆍ원앙ㆍ황조롱이 등
생태의 회복… 누적방문 3.3억명
경관조명 등 첨단과학기술 접목
‘야간관광 랜드마크’로 재탄생


지난달 30일 ‘청계천 야간경관 점등식’에서 청계천 오간수교 상부에 설치된 미디어폴 서치라이트가 청계천의 밤하늘을 수 놓고 있다. 안윤수 기자 ays77@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패션쇼의 박수와 아카펠라의 화음이 물비늘에 스미던 지난달 30일 밤, 오간수교 아래 청계천은 ‘낮의 산책로’에서 ‘밤의 무대’로 변신했다.


다리 상ㆍ하부와 산책로를 따라 켜진 조명은 굴다리 벽면의 미디어아트와 겹쳐 반사되고 번져, 흐르는 물 자체가 하나의 스크린이 되는 장면을 만들었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 오간수교에서 열린 ‘청계천 야간경관 점등식’에서 패션쇼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 20주년을 맞아 추진한 야간경관 개선사업의 성과를 알리기 위해 이날 조명을 일제히 밝히는 점등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동대문 기반 신진 디자이너 6인의 패션쇼를 선보였다.  안윤수 기자 ays77@  


첫 조성 구간(오간수교~나래교ㆍ약 600m)은 상부에 사계절 정원과 미디어 폴, 하부에 ‘숨’, ‘오간수문에서 오간수교로’, ‘흐르는 순간’ 세 작품을 더해, 발걸음이 느려지는 ‘야간 경관의 서막’을 열었다.


서울시는 오는 2027년까지 청계광장~오간수교 약 3㎞, 14개 교량과 산책로에 조명을 순차 도입해 ‘청계천–DDP–동대문’으로 이어지는 사계절 야간문화축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낮의 하천에서, 밤의 예술무대로


1980년대 동대문 일대의 모습. 평화시장 옆으로 지나가는 청계고가도로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서울역사아카이브 제공 


지금의 청계천이 있기 스무 해 전, 복개와 고가 아래 갇혀 있던 물길을 드러내며 서울은 도시 운영의 어법을 완전히 바꿨다. 청계천 복원 사업은 2003년 7월 착공해 2005년 9월 완공됐다. 공사 이후 5.84㎞의 공백은 버스중앙차로와 환승체계, 보행축으로 메워졌다.


이를 통해 청계천엔 시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통과하는 도로’에서 ‘머무는 풍경’으로, ‘콘크리트 어항’이라는 의심에서 ‘생태의 회복’이라는 증거로 당당히 인정받았다. 누적 방문 3억3000명, 연평균 1500만명이 넘는 발걸음이 물길을 기억하고 기록했다.


오간수교 하부에 설치된 미디어 아트. 안윤수 기자 ays77@


이 물길이 만들어 낸 바람길과 그늘, 물고기와 새의 귀환은 도시가 자연을 다시 배우는 과정을 증명한다. 생물이 거의 살 수 없었던 복원 초기와 달리 2022년 기준 어ㆍ조류, 식물 등 생물 666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1급수 어종 ‘쉬리’도 최근 발견됐다.


아울러 버들치 같은 민감한 어류와 원앙ㆍ황조롱이 등 조류가 다시 돌아오면서 도심 하천은 더 이상 인공 구조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태무대’로 인정받았다. 시 관계자는“청계천 복원의 성공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손꼽히는 대표적인 도심 환경ㆍ생태계 복원사례”라고 강조했다.

다시 켜는 빛, 다음 20년의 약속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30일 청계천 오간수교 하부 특설무대에서 청계천 복원 20주년을 기념해 열린 ‘청계천 야간경관 점등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안윤수 기자 ays77@


이번 점등도 단순한 ‘기념식’이 아니다. 낮과 밤이 공존하는 도심의 리듬을 설계하는 실험이다.

동대문 상권과 DDP, 성곽길로 이어지는 보행축이 야간경관과 맞물리며, 도시의 ‘밤의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시민이 예술을 만나고, 예술이 도시의 풍경이 되는 일상이다.


청계천 전경/ 사진: 서울시 제공 


다만 물길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우ㆍ오수 분리와 수방ㆍ수질 관리, 보행 약자를 위한 동선 보강, 야간 안전과 운영의 섬세함은 새로운 ‘야간 사용자’를 맞이하기 위한 다음 단계다.

이날 행사 현장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앞으로 청계천이 하드웨어 복원을 넘어 미디어아트, 경관조명 등 첨단 과학기술이 어우러진 서울의 명물로 재탄생해 또 한 번 세계를 감동시키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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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부
박호수 기자
lake806@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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