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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섭 KT 대표 /사진:KT |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KT가 전 고객을 대상으로 한 유심(USIM) 전면 교체를 단행하고, 차기 대표이사(CEO) 공개모집 절차에 공식 착수했다.
최근 불법 소액결제 사태로 촉발된 보안 불신을 해소하고, 잇단 CEO 교체 논란으로 흔들린 지배구조를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4일 KT는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빌딩에서 이사회를 열고 △전 고객 유심 교체 △차기 CEO 공개모집 착수 △이사회 재편 검토 등을 주요 안건으로 상정·의결했다. 이사회는 약 3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김영섭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외 이사 10명이 참석했다.
이번 결정으로 KT는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약 2300만 명을 대상으로 유심 전면 교체를 5일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최근 해킹을 통한 유심 복제 및 개인정보 도용 사례가 잇따르면서, 근본적 보안 체계를 재정비하겠다는 판단이다. KT는 우선 피해가 집중된 일부 구간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유심 교체를 진행할 예정이며, 교체에 따른 위약금은 전액 면제하기로 했다.
KT 관계자는 “모든 고객이 안심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전면 교체를 결정했다”며 “교체 과정에서 고객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통신사·대리점·온라인몰 등 전 채널을 통한 지원 체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에서 KT 김영섭 대표는 차기 KT 대표이사 공개 모집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영섭 대표는 지난 10월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영 전반의 총체적 책임을 지는 CEO로서, 금번 KT 사고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및 소액결제 피해 발생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수 차례 언급한 바 있다.
KT는 대표이사 임기 만료 3개월 전까지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 정관에 따라, 이날 위원회 출범과 함께 대표이사 공개모집 절차를 개시했다.
이로써 KT는 ‘대표 연임 우선심사제’ 폐지 이후 처음으로 내부·외부 인사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시키는 공개 공모를 진행하게 됐다. 후보 공모는 외부 서치펌(서치펌)을 통해 진행되며, 올해 말까지는 최종 후보가 압축될 전망이다.
현재 통신·IT 업계에서는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 홍원표 전 삼성SDS 대표,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김태호 전 사장은 KT 전략기획실 출신으로 공공기관 조직개편 경험이 풍부하고, 홍원표 전 대표는 KT와 KTF를 거쳐 글로벌 ICT 감각을 쌓은 기술형 CEO로 평가된다. 박윤영 전 부문장은 30년 이상 KT에 몸담은 정통 ‘KT맨’으로, 기업용(B2B) 사업 기반을 구축한 주역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번 이사회의 결정을 두고 “KT가 단순한 인사 교체가 아닌 체질 개선의 분수령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2002년 민영화 이후 정권 교체기마다 CEO 교체 논란이 반복돼온 만큼, 이번 공모 과정에서 정치적 독립성과 투명성이 최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날 KT새노조는 서울 광화문 KT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영섭 대표의 즉각 퇴진과 공공성 회복을 촉구했다. KT새노조는 “KT는 단순한 민간기업이 아니라, 국민 생활과 산업 경쟁력, 공공복지와 직결된 사회 기반 기업”이라면서 “KT의 경영과 구조조정 문제는 곧 공공 인프라와 국민 신뢰의 문제”라며 김영섭 KT 사장 퇴진 공동행동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한편 KT는 유심 교체와 보안 강화 대책 외에도 향후 이사회 재편을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8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절반 이상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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