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교환사채 발행 급증…전년비 2배 증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대비…자사주 유통 가능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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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권해석 기자]올해 하반기 교환사채(EB) 권리 행사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EB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 교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자기주식(자사주) 의무 소각 방안이 담긴 3차 상법 개정안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EB 발행이 급증했다는 점에서 EB 권리 행사가 앞으로도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5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지난달까지 EB 권리행사 건수는 10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권리행사 건수 24건과 비교해 4.5배 가량 급증했다.
EB는 정해진 조건으로 발행사의 자사주나 담보로 제공한 다른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EB 권리행사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실제 주식 교환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통상 EB 권리행사는 주식 시장이 좋을 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주가 오른 만큼 차익 실현이 가능해서다. 지난 7월부터 지난 달 말까지 코스피가 33% 가량 오르면서 EB 권리행사를 통해 차익실현에 나선 투자자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프로그램으로 코스피가 상승세를 타면서 5% 가량 올랐던 지난해 상반기에도 EB 권리행사는 113건에 달했다. 반면 지난해 하반기 코스피가 14% 정도 하락하자 EB 권리행사 건수도 24건으로 급감했다.
주가 상승기에 EB 권리행사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지이지만, 주주환원 측면에서는 부정적이다. EB 대부분이 자사주를 기반으로 발행이 되는데, 자사주가 소각되지 않고 시중에 풀리면 주식 가치 희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EB 발행 자체도 급증하고 있어 기업별로 보유했던 자사주가 대거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기준으로 올해 EB 발행건수는 104건. 작년 같은 기간(42건)보다 2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지난 7월부터 전달까지 EB 발행건수는 73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13건)보다 5.6배 많다.
지난 7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자사주 의무 소각 내용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을 처음으로 발의하면서 EB 발행이 봇물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여당이 올해 정기 국회 내에 자사주 의무 소각 방안을 확정짓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치면서 자사주 기업들이 서둘러 현금화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EB 발행 사유 명시 등 관련 공시 기준을 강화하면서 제동을 걸고 있지만, 이미 자사주 상당수가 잠재적 유통물량으로 대기하고 있는 셈이다.
허준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이 발의된 이후 기업들의 EB 활용이 증가했다”면서 “EB 권리행사를 하면 당연히 매입했던 자사주가 보통주로 시장에 유통되고, 주식 수 감소로 주당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는 동력은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권해석 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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