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관ㆍ접합부에 국소보수 방식 차용
10개 자치구 14곳 시범사업 본격 추진
‘대규모 교체’서 ‘맞춤형 정비’로 전환
![]() |
| 서울시청사 전경. / 사진 : 서울시 제공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도심 지반이 꺼지는 원인은 땅속 깊은 하수관의 작은 균열에서 시작된다. 서울시가 하수관로 결함의 핵심인 이음부와 접합부를 근본적으로 손보기 위한 시범사업에 나섰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하수도 원인으로 발생한 지반침하 111건 중 49건(44%)이 이음부·접합부 손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관로 내부 결함의 약 85% 역시 같은 부위에서 나타났다.
따라서 시의 이번 사업의 목표는 ‘지반침하의 원인’을 끊는 것이다. 먼저 본관 이음부에는 하수 이음관과 기초받침을 함께 적용해 물이 새지 않도록 하고, 관이 밀리거나 이탈하지 않도록 지지력을 고르게 유지한다. 이렇게 하면 관의 처짐이나 틈새로 생기는 누수를 막고, 땅속에 빈틈이 생겨 내려앉는 ‘공동(空洞)’ 발생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연결관 접합부에는 손상된 부위만 정밀하게 덧대는 ‘국소 플레이트 보수 방식’을 도입한다. 불필요한 굴착을 최소화해 공사 범위를 줄이고, 비용을 아끼면서 시공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시는 향후 효과가 입증되면 개인배수설비 기준에도 반영해 제도적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번 시범사업을 위해 10개 자치구 14개 구간을 선정했다. 현장에서 시공성, 비용, 성능 개선 효과를 입체적으로 검증하고, 자치구와 협업해 제품과 공정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정비 방식도 ‘맞춤형’으로 바꾼다. 같은 누수나 침하라도 원인이 이음부 수밀성 저하인지, 기초 지지력 부족인지, 접합부 파손인지에 따라 정비 범위와 방법을 달리 적용해 비용 대비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덜 파고, 더 오래 가는’ 정비로 방향을 튼다. 지반 교란을 최소화하며 관의 기능을 복원하는 보수(Repair)를 확대하고, 관 안쪽에 새로운 관을 덧대 수명을 늘리는 갱신(Renovation), 심각한 손상 구간은 전면 교체(Replacement)로 나누는 단계별 관리 전략을 세운다.
아울러 굴착 없이 관 내부에서 보수할 수 있는 신규 공법 개발도 병행한다. 이를 통해 소음과 먼지, 교통 혼잡 등 시민 불편을 줄이고, 공사 품질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정성국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장은 “이번 시범사업을 출발점으로 실효성 있는 신규 공법을 개발하고, 노후관로 관리의 패러다임을 ‘대규모 교체’에서 ‘원인별 맞춤형 정비’로 전환해 하수관로 평생 주기(Life-Cycle) 관리 비용을 낮추는 등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하수 인프라 관리를 구현하겠다”라고 말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