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 노점 250곳 연내 ‘실명제’ 추진
‘1인 1노점’ 원칙ㆍ갱신제 도입 등 관리 강화
“이름 걸고 책임지는 시장으로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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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149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이상한 과자가게’는 유튜브를 통해 광장시장에서 겪은 ‘바가지 요금’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 사진 : 유튜브 채널 ‘이상한 과자가게’ 캡처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8천원이라더니 왜 1만원이에요?” “고기랑 섞었잖아.”
지난 4일, 149만 구독 유튜버 ‘이상한 과자가게’가 올린 영상 한 편이 광장시장을 뒤흔들었다. ‘이러면 광장시장 다신 안 가게 될 것 같아요’라는 제목의 영상에는 순대 한 접시 값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 한숨과 짜증 섞인 불친절한 응대가 그대로 담기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 “이게 서울 대표 전통시장이 맞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종로구는 6일 ‘노점 실명제’라는 해법을 꺼내들었다. 말 그대로 노점을 제도권 안으로 들여와 이름을 걸고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종로구는 올해 안에 광장전통시장 내 약 250개 노점에 도로법상 점용허가를 부여할 예정이다. 그동안은 상인회 자율에 맡겨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이제는 매년 허가를 갱신하면서 운영 상태를 점검할 수 있게 된다. 점포 명의와 실제 운영자를 일치시키는 ‘1인 1노점’ 원칙을 세우고, 임대나 전대는 금지된다. 반복적으로 민원이 발생하거나 시정명령을 어길 경우 다음 해 허가 연장이 취소될 수도 있다.
구 관계자는 “그동안 광장시장 노점은 사실상 무허가 상태였다”며 “실명제가 시행되면 행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고, 상인회 자율조치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노점 실명제는 새 제도라기보다 ‘관리 방식의 변화’에 가깝다. 지금까지는 구청이 직접 제재하기 어려워 상인회의 자정 활동에 기대야 했지만, 앞으로는 행정이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린다. 점용허가가 갱신제 형태로 바뀌면, 불친절ㆍ바가지 등 민원이 반복되는 노점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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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장시장. / 사진 : 종로구 제공 |
이미 명동은 2016년부터 비슷한 실명제를 도입해 ‘1인 1노점’ 운영을 정착시켰다. 당시엔 ‘기업형 노점’이 여러 매대를 돌리며 현금만 받는 문제가 심각했지만, 실명제 이후 허가 취소와 불시 점검이 가능해지면서 시장 질서가 어느 정도 바로 섰다는 평가다. 현재 명동 거리에서 도로점용 허가를 받은 노점은 348곳에 달한다. 종로구도 이 같은 사례를 벤치마킹해 카드결제 도입, 가격표시제, 위생 점검 등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제도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노점은 법적으로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 위에 서 있다. 도로점용 허가를 받았다고 해도 음식을 판매하는 경우는 식품위생법상 불법으로 분류될 수 있다. 노점은 위생ㆍ시설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 영업허가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법을 적용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노점은 ‘법 집행 불가 대상’로 분류돼 세금계산서나 영수증 발행 의무가 면제된다. 결과적으로 구청에서 도로점용 허가를 받은 먹거리 노점은 도로법상 합법, 식품위생법상 불법, 세법 집행 불가 대상이라는 모순된 구조가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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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들이 명동 노점 특별정비를 하고 있는 모습. / 사진 : 중구 제공 |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법 테두리 안에서 투명하게 관리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한다. 광장시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K-푸드 명소’로 떠올랐지만, 이번 논란 이후 ‘K-바가지’라는 오명도 함께 붙었다. 종로구는 지난달 상인회와 면담을 열고, 비노출 점검 방식인 ‘미스터리 쇼퍼’ 운영 재개와 가격표시 개선 등 후속 대책도 병행하기로 했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광장전통시장은 오랜 세월 시민과 관광객이 사랑해 온 국가대표 전통시장”이라며 “노점 실명제와 상거래 질서 확립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공정하고 품격 있는 상거래 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결국 핵심은 ‘이름을 걸 책임’이다. 익명에 숨어 있던 노점들이 이제 제도권 아래로 들어온다.관리도, 처벌도, 신뢰도 이름에서 시작된다. “다신 안 간다”던 광장시장이 다시 “가볼 만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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