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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K-방산, KAI만 뒷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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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1-06 16:03:22   폰트크기 변경      

한화에어로ㆍ현대로템ㆍLIG넥스원 ‘실적 질주’…KAI는 영업익 ‘-21%’
LAH 납품 순연ㆍ수주 경쟁 탈락 등 악재 잇따라
고질적 ‘낙하산 인사’에 KIA 노조 ‘상경집회’ 경고

그래픽 : 대한경제

[대한경제=김희용 기자] 전 세계적인 방산 수요 증가로 K-방산이 전반적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주요 방산업체들의 3분기 실적에서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에어로)와 현대로템, LIG넥스원이 대규모 수출 물량 인도로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반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납품 지연으로 방산4사 중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했다.

6일 LIG넥스원은 3분기 매출 1조492억원, 영업이익 896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7%, 72.5% 급증한 규모다. 천궁 2차 양산, 해궁 2차 양산, 중어뢰 2차 양산 등 주력 무기체계의 양산 물량이 본격 반영된 결과다. 수주잔고는 23조4271억원으로, 향후 안정적 매출 기반을 확보한 상태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분기 연결 매출액 6조4865억원, 영업이익 85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7%, 79%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방산 부문이 매출 2조1098억원, 영업이익 5726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률 27.1%의 초고수익성을 시현했다. 폴란드향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납품이 본격화되면서 수출 중심의 고수익 구조가 확고히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한화에어로는 3분기까지 폴란드에 K9 자주포 56문, 천무 60대를 인도했으며, 현재 K9 2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로템도 ‘퀀텀점프’를 이뤄냈다. 현대로템은 3분기 매출 1조6196억원, 영업이익 277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1%, 102.0% 급증한 호실적을 거뒀다.

특히, 디펜스솔루션 부문의 폴란드 K2 전차 납품이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2022년 폴란드와 체결한 K2 전차 1차 납품 계약에 따라 올해 상반기 133대를 현지에 인도했고, 연말까지 잔여 47대를 포함해 총 180대를 지연 없이 공급할 예정이다. 여기에 지난 8월 체결한 약 9조원 규모의 2차 이행계약에 따라 내년 31대, 2027년까지 116대를 추가 공급할 예정으로, 중장기 성장 기반도 마련해뒀다.

반면, KAI는 3분기 매출 7021억원, 영업이익 60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6%, 21.1% 감소하며 실적이 뒷걸음질쳤다. KAI는 1∼3분기 누계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3.2% 줄어든 1922억원에 그쳤다.

KAI 측은 실적 감소 이유로 육군 소형무장헬기(LAH) 납품 일정 일부 순연을 꼽았다. 항공기는 단가가 크기 때문에 납품이 지연되면 실적 변동폭이 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최근 KAI의 수주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9613억원 규모의 UH-60 블랙호크 성능개량 사업에서는 원제작사인 시콜스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도 LIG넥스원ㆍ대한항공 컨소시엄에게 패했다. 이어 지난 9월에는 1조8000억원 규모의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에서도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일각에선 그간 독식해온 국내 고정익 특수목적기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지난 7월 강구영 전 사장 사퇴 이후 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리더십 공백과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KAI의 경쟁력 저하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KAI는 수출입은행(26.4%)과 국민연금공단(8.1%)이 전체 지분의 34.5%를 차지하는 준공기업 구조로, 정권 교체 때마다 ‘낙하산 사장’이 선임되는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영ㆍ수출ㆍ기술개발 등 주요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중이다.

KAI 내부에서도 대표이사 공백 사태를 강하게 비판하며, 정부의 조속한 인사를 촉구하는 중이다.

이날 KAI 노조는 성명을 통해 “국가 전략산업의 핵심 기업이자 방산 수출의 주력 엔진인 KAI가 장기간 리더십 공백에 놓인 것은 단순한 행정 지연이 아니라 정부의 정치적 무책임”라며 “정치가 산업을 멈춰 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방산 수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해외 파트너 신뢰 저하와 신규 계약 지연, 기술 인허가 차질 등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기업 문제가 아니라 항공우주산업 전체의 신뢰를 흔드는 국가적 리스크”라고 강조했다.

노조 측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문경영인 선임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기술ㆍ품질ㆍ안전ㆍ수출의 현장을 책임질 내실형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조속한 결단이 없을 경우 대의원 의결을 거쳐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앞에서 상경 집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희용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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