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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다 슈헤이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 전 전무는 5일 경기 판교에서 열린 콘솔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공동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민경환 기자 |
[대한경제=민경환 기자] “고품질 그래픽이 게임의 차별점이 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인디 게임과 신규 제작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플레이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세계 1위 콘솔 게임 플랫폼 ‘플레이스테이션(PS)’ 전성시대를 연 요시다 슈헤이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 전 전무가 5일 경기 판교에서 열린 콘솔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게임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했다.
국내 게임사들은 모바일 플랫폼·대규모다중접속롤플레잉게임(MMORPG) 중심 포트폴리오 구조의 한계를 절감하고 장르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가장 각광받는 분야가 바로 콘솔 게임이다. 서구권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가 많아 수요가 한정적인 국내 시장 대비 확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네오위즈 ‘P의 거짓’, 넥슨 ‘데이브 더 다이버’ 등의 연이은 글로벌 흥행으로 K-게임의 무게중심이 콘솔로 이동하고 있다.
요시다 전 전무는 인디 게임과 신규 크리에이터의 역할을 게임 산업 성장의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게임 제작에 점점 더 천문학적 비용이 들고 있지만, 새로운 아이디어와 플레이 경험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산업 성장을 위해 인디 개발자와 소규모 제작자 등 새로운 관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형사가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고품질 그래픽 대작 게임을 발매하지만 창의성 부족으로 시장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반면 소규모 개발자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도 자금 부족 문제를 넘어서기 어렵다.
그는 “언리얼과 유니티 등 게임 제작 툴이 보편화하는 만큼 인도나 아프리카 등에서도 그들의 독특한 문화와 관점을 반영한 좋은 게임이 나올 것”이라며 “한국 개발자들도 대세를 따르기보다 한국적 문화에 자부심을 갖고 활용하면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요시다 전 전무는 대형 게임사와 소규모 개발자 사이 선순환 생태계를 강조했다. 그는 “대형사가 인디·소규모 게임 개발자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필요하다”며 “넥슨의 서브브랜드 민트로켓이 개발한 데이브 더 다이버가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민트로켓은 데이브 더 다이버 개발 당시 개발 방향과 창의적 시도에 대해 전적인 자율권을 부여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사가 소규모 제작 스튜디오의 창의성 있는 게임에 투자하고 산업이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의 인디·콘솔게임 지원 확대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그는 “일본은 정부 차원의 지원이 최근 시작됐지만 한국에 비하면 미약한 상황”이라며 “호주 멜버른의 빅토리아주는 대학 졸업자들에게 생활비를 지원하며 게임 프로토타입 제작비와 퍼블리셔 매칭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요시다 전 전무는 PC·모바일 플랫폼 대비 콘솔 게임만의 특징으로 하드웨어를 꼽았다.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 등 콘솔 게임은 동일한 하드웨어로 게임을 즐기기 때문에 유저가 모두 같은 플레이 경험을 가질 수 있다. 개발자 역시 유저 눈높이에서 게임을 제작할 수 있어 최적화에 편리하다는 설명이다.
같은 사양의 기기를 대규모 생산·배급하기 때문에 하드웨어를 저렴하게 배급하고 게임 소프트웨어 기반 매출 구조로 전환할 수 있다. 게임 패키지와 한정판 피규어 등 물리적 배포 생태계 문화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넷마블과 크래프톤, 펄어비스 등 국내 주요 게임사 상당수는 콘솔 플랫폼을 겨냥한 차기 신작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다. 북미·유럽 시장 비중이 높은 콘솔 플랫폼으로의 확장은 국내 게임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촉진하고 차기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3년 기준 국내 게임시장에서 콘솔게임 비중은 4.9%에 불과했지만 해외에서는 30.3%로 모바일 게임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앞으로의 키워드로는 AI를 꼽았다. AI를 활용한 인게임 캐릭터가 게임 속 플레이어 성향을 파악해 새로운 플레이를 추천하는 어시스턴트 서비스, 사람과 대전하는 기능 등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민경환 기자 eru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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