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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호 전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 /사진: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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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신임 사업지원실장 박학규 사장 /사진:연합 |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삼성그룹의 ‘2인자’로 불리던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2017년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그룹 경영의 사실상 조율자 역할을 맡아온 그가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삼성의 조직 운영 체계가 또 한 번 변곡점을 맞게 됐다.
재계 안팎에선 ‘비상조직’이던 사업지원TF가 8년 만에 ‘사업지원실’로 격상된 것은 이재용 회장 체제가 본격적인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상징한다고 풀이한다. 동시에 정 부회장이 물러나며 경영 세대교체의 신호탄이 울렸다는 평가다.
정 부회장은 삼성전자 국제금융과로 입사해 전략기획실, 무선사업부 지원팀,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 등을 거친 정통 ‘기획·조직 전문가’다. 2017년 국정농단 사태로 미전실이 해체되며 삼성그룹이 컨트롤타워 공백을 겪을 때, 그는 복귀해 사업지원TF를 이끌며 그룹 재편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그는 ‘이재용 체제’의 안정화를 뒷받침한 실무 핵심으로, 그룹 내 주요 의사결정과 인사, 사업 구조조정 등 굵직한 현안의 실질적 조율을 담당했다. 재계에선 “이재용 회장의 생각을 가장 정확히 실행에 옮기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따라붙었다.
그런 그가 스스로 물러난 이유에 대해 삼성 안팎에선 “사업이 정상궤도에 올랐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자 “후진에게 자리를 내주는 결단”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 반등, 글로벌 리스크 완화 등으로 삼성전자가 회복세에 접어든 시점에서, 정 부회장이 ‘이제는 시스템이 스스로 돌아갈 때’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정 부회장의 용퇴와 동시에 사업지원TF는 정식 조직인 ‘사업지원실’로 전환됐다. 조직은 전략팀, 경영진단팀, 피플(People)팀 등 3개 팀으로 재편됐다.
새 사업지원실장에는 박학규 사장이 선임됐다. 박 사장은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 삼성전자 DS·DX부문 경영지원실장 등을 거친 ‘재무·조직 관리통’으로, 이재용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인물이다.
경영진단실장 최윤호 사장은 사업지원실 전략팀장으로, 기존 사업지원TF의 주창훈 부사장은 경영진단팀장, 문희동 부사장은 피플팀장으로 각각 이동했다.
이번 인사로 ‘비상 조직’이었던 사업지원TF는 명확한 직제와 책임 체계를 갖춘 상설 조직으로 전환됐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그룹 컨트롤타워의 부활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사업지원실은 삼성전자 내 사업 조율을 위한 조직일 뿐, 금융·중공업 등 비전자 계열까지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재계는 이번 인사를 ‘쇄신과 안정의 병행 포석’으로 해석한다. 정 부회장의 용퇴로 조직 내부에 긴장감과 변화의 메시지를 던지는 한편, 검증된 박학규 사장을 전면에 배치해 정책 연속성과 실행력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부터 ‘현장 중심 경영’과 ‘젊은 리더십’ 강화를 강조해왔다. 이번 인사는 그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정 부회장이 이 회장을 보좌하는 회장 보좌역으로 자리를 옮김으로써, 직접적인 의사결정은 후배 경영진이 주도하게 된다.
이번 개편으로 삼성은 2017년 이후 8년간 유지돼온 ‘비상체제’를 끝내고, ‘정상 운영 구조’로의 복귀를 선언한 셈이다. 다만 사업지원실이 그룹 내 의사결정의 허브 역할을 지속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분석이다. 정 부회장이 남긴 시스템과 인적 네트워크는 그대로 유지되며, 이재용 회장의 의중이 보다 직접적으로 사업지원실을 통해 실행되는 구조가 강화될 전망이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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