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천 ‘재간정’서 웰니스 비전 선보여
북한산~꿈의숲 잇는 치유 네트워크 본격화
싱잉볼ㆍ요가 등 주민 체험형 프로그램 호응
신청사ㆍ복합청사로 자연과 행정 맞닿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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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강북형 ‘웰니스(Wellness)’ 관광 사업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이순희 강북구청장. / 사진 : 강북구 제공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한 번쯤 살아보고 싶다.”
북한산 자락 아래, 물길 따라 흐르는 우이천을 거닐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오래된 주거지의 이미지가 짙던 강북구가 달라지고 있다. 낡은 도로와 오래된 상가 대신, ‘웰니스(Wellness)’라는 단어가 구정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지난 6일 강북구는 서울시 출입기자단을 초청해 ‘강북형 웰니스 관광’ 현장을 공개했다.
우이천변에 위치한 ‘재간정’은 서울시와 강북구가 손잡고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다. 지난해 완공돼 지난 10월 시민들에게 문을 연 이곳은 카페, 도서존, LP음악 감상존이 어우러진 ‘도심 속 쉼터’다. 우이천 물결을 닮은 곡선형 건물 외벽은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통유리 너머로는 흐르는 물과 걷는 사람이 한 폭의 풍경처럼 어우러진다.
내부에는 아날로그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턴테이블 여섯 대와 250장의 LP판이 있고, 만화책을 포함해 1100권의 책이 빼곡히 꽂혀 있다. 커피 향과 아날로그 음악이 어우러지는 공간에서 시민들은 책을 읽거나 창밖을 바라보며 잠시 숨을 고른다.
카페 메뉴도 평범하지 않다. 강북 스마트팜의 애플민트, 보성의 녹차, 고성의 생강 등 협력 도시 자원을 활용했다. ‘도시간 상생’과 ‘지속가능한 지역경제’라는 구의 원칙이 메뉴판에 담겼다. 인근 상권과의 메뉴 중복을 피하고, 테이크아웃은 텀블러에만 제공한다.
‘재간정’은 앞으로 플리마켓, 야외공연, 전시 등 계절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인근 백년시장ㆍ수유먹자골목 등 상권과의 연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구는 이곳을 단순한 카페가 아닌, 지역경제 순환의 거점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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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북구 우이천에 위치한 ‘재간정’을 바깥에서 바라본 모습. / 사진 : 강북구청 공식 블로그 |
‘웰니스’는 웰빙(Well-being)에 행복(Happiness)과 건강(Fitness)을 더한 개념이다. 단순한 여행이 아닌, 정신적ㆍ사회적 안정과 신체적 건강의 조화를 추구하는 관광이다.
특히 강북구는 서울 자치구 중에서도 웰니스 관광의 조건을 가장 잘 갖췄다. 전체 면적의 60%가 공원과 녹지로, 북한산국립공원과 우이천, 북서울꿈의숲이 대표적이다. 북한산 일대에는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묘역, 봉황각, 근현대사기념관, 국립4ㆍ19민주묘지 등 역사적 명소가 모여 있고, 북한산 국제클라이밍센터·청자가마터 체험장·우이동 가족캠핑장 등 체험형 관광지도 즐비하다.
이순희 구청장은 이날 “강북형 웰니스의 비전은 관광을 넘어 ‘삶 속의 웰니스’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북한산, 우이천, 북서울꿈의숲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일상 속에서 치유와 회복의 문화를 누릴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가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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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20일 ‘서울 등산관광센터 북한산’에서 열린 웰니스 프로그램 ‘내 마음 속 숨은 울림 찾기’ 진행 모습. / 사진 : 강북구 제공 |
이를 위해 구는 지난 4월 ‘강북형 북한산 웰니스 관광 활성화 계획(2025~2030)’을 수립했다. 북한산과 도심을 잇는 ‘웰니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산림치유ㆍ체험ㆍ교육이 결합된 ‘앵커시설’을 조성해 강북 전역의 치유 인프라를 연결할 계획이다.
지난 가을에는 시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북한산 속 숨은 소리 찾기’, ‘내 안의 색 찾기’ 등 감각 기반 프로그램부터 화계사 협업 ‘싱잉볼 아침요가’, ‘퍼스널 컬러 테라피’까지 15회 운영됐다. 주민 170여 명이 참여하며 “서울에서도 자연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는 반응을 얻었다.
웰니스 관광 기반이 조성되면서 강북은 새로운 주거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자연과 가까이에서 여유로운 삶을 원하는 ‘뉴시니어’ 세대에게는 이상적인 환경이다. 교통 접근성과 의료·문화 인프라가 부족해 도시를 떠나지 못하던 중장년층에게 강북은 ‘도심 속 전원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드문 지역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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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북구 신청사 조감도. / 사진 : 강북구 제공 |
‘웰니스 도시’로의 전환은 행정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30여 년 묶였던 북한산 고도제한이 완화된 데 이어, 51년 된 낡은 구청사는 2028년이면 새청사로 탈바꿈한다. 신청사는 ‘U’자형으로 설계돼 양쪽 17층 꼭대기를 구름다리로 연결하고, 지상 약 2000평은 잔디광장으로 조성해 주민에게 개방한다. 한쪽 건물에는 행정 부서가, 다른 쪽에는 체육시설ㆍ예식장ㆍ북라운지 등 주민 편의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기존의 ‘행정 공간’을 넘어, 누구에게나 열린 복합문화청사로 변모하는 셈이다.
신청사 주변 수유역 일대에는 상권 활성화와 지구단위계획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 구는 “행정서비스부터 바뀌어야 도시가 바뀐다”는 철학 아래, 분산된 행정 기능을 통합하고 지역 상권과 연계한 도시 재생을 함께 추진 중이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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