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게임사도 가능성 주목
‘솔리테어ㆍ머지 시리즈로’ 차별화
매출 2021년 30억→지난해 113억
내년 ‘머지캣츠 캣토피아 퍼즐’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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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우 스티키핸즈 대표가 서울 성수동 본사에서 대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 민경환 기자 |
[대한경제=민경환 기자] “세상에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게임이 정말 있을까요? 스티키핸즈는 저희만의 메세지로 승부할 겁니다.”
김민우 스티키핸즈 대표는 최근 서울 성수동 본사에서 대한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스티키핸즈는 2016년 설립된 ‘힐링게임’ 전문 개발사로, 2021년 네오위즈에 인수됐다.
스티키핸즈의 게임은 싸우고, 쏘고, 죽이는 내용이 없다. 자극적인 설정과 유저의 눈을 확 사로잡는 그래픽이 대세인 게임 시장에서 왜 이런 ‘무해’한 콘텐츠로 사업을 할까.
김 대표는 “복잡하고 치열한 현실을 사는 사람들에게 게임을 통해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곳이라는 울림을 주고 싶었다”며 “웰메이드 드라마나 영화처럼 여운과 메시지가 남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현실의 경쟁에 지친 사람들이 스티키핸즈를 통해 쉼을 얻게 하는 게 목표다.
최근 국내 대형 게임사들도 힐링 게임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넥슨의 ‘마비노기 모바일’은 경쟁과 대결이라는 기존 MMORPG 문법을 탈피해 생활, 협동 등 힐링 콘텐츠로 1020세대의 큰 호응을 얻었고, 크래프톤의 인조이 역시 생활 시뮬레이션 장르로 주목받았다.
스티키핸즈의 주력 게임은 ‘솔리테어’ 시리즈 3종과 2023년 출시한 ‘머지 서바이벌: 생존의 땅’ 등이다. 내년 1월에는 머지류 신작 ‘머지캣츠 캣토피아 퍼즐’도 선보인다.
솔리테어 시리즈는 2017년 ‘솔리테어 : 에이지 오브 솔리테어’로 출발했다. 솔리테어는 ‘혼자 하는 카드게임’을 뜻하는 말로, 주로 카드 더미에서 규칙에 따라 모든 카드를 제거하는 클론다이크가 유명하다.
스티키핸즈는 솔리테어와 도시 건설이라는 키워드를 결합해 차별점을 줬다. 게임 한 편으로는 솔리테어 미션을 완수하고, 다른 편에서는 도시가 건설되는 방식으로,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재미가 시장에 먹혀드는 것을 발견했다.
김 대표는 “에이지 오브 솔리테어로 창사 후 처음으로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며 “복잡하고 자극적인 게임이 아니라 쉽게 배울 수 있는 방식으로 유저가 애정을 갖고 만들어갈 수 있는 결과물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시리즈를 발전시켜 왔다”고 했다.
스티키핸즈는 2017년 에이지 오브 솔리테어 이후 2018년 ‘솔리테어: 쿠킹타워’, 2019년 ‘솔리테어: 팜빌리지’를 잇달아 출시했다. 첫 작품이 도시를 꾸며나가는 데 중점을 뒀다면 쿠킹타워는 음식점을 만드는 동시에 아이템 수집 콘텐츠를 더했고, 팜빌리지는 솔리테어 게임 종류를 4가지로 늘리며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다.
2023년 출시한 머지 서바이벌: 생존의 땅은 스티키핸즈가 구축 중인 머지류 프랜차이즈의 첫 작품이다. 머지 장르는 기본 아이템들을 합쳐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어 내는 퍼즐 게임의 일종이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올해 한국 게임 산업에서 머지류 매출은 지난해 대비 89% 성장했다.
머지 서바이벌은 환경 파괴로 황폐해진 도시에서 주인공이 캠프를 구축하고 동료를 모으며 희망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보통의 아포칼립스 게임이 처절한 생존 경쟁을 다뤘다면, 머지 서바이벌은 세계가 무너져도 희망을 찾는 주인공의 서사가 중심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템을 결합하는 머지 게임 특징을 재활용과 연계해 환경 보호 메시지도 전하고 있다.
김 대표는 “많은 머지류 게임이 단순히 공간을 가꾸거나 남편한테 버림받은 뒤 복수하는 막장 드라마 같은 내용이 많은데, 개발진과 논의 끝에 희망을 찾는 내용으로 정했다”며 “유저들도 커뮤니티 등에서 ‘암울한 미래에도 희망을 찾아가는 게 좋다’ ‘내 캠프가 발전해 나가는 데서 힐링이 되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2021년 30억원이던 스티키핸즈 매출은 머지 서바이벌과 팜빌리지 등이 힐링게임으로 시장에 자리잡으며 지난해 113억원까지 불어났다.
김 대표는 “남녀노소 모두를 타깃한 게임은 절대 우리 정체성이 아니다”며 “우리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에게 확실한 재미를 주자는 마음가짐”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매출이 급상승하며 이런 스티키핸즈의 ‘힐링’이 대중에 먹혀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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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키핸즈가 내년 1월 ‘머지캣츠 캣토피아 퍼즐’을 글로벌 출시한다 . / 사진: 스티키핸즈 제공 |
지난 7월 캐나다에 소프트런칭한 머지캣츠 캣토피아 퍼즐 역시 스토리에 큰 공을 들였다. 머지 서바이벌과 캣토피아 등 머지 프랜차이즈는 모두 원래의 세계와 친구에게서 떨어진 주인공이 자기 주변을 재건하고, 모험을 통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내용이다.
김 대표는 “의도하진 않았지만 우리의 스토리가 사람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려는 회귀 본능, 어딘가에 속해 따뜻하게 보호받고 싶은 욕망과 안정감에도 자연스럽게 호소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김 대표의 작은 희망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오래 살아남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2016년 창립 멤버 3인은 현재까지도 회사를 지키고 있고, 가장 오래된 멤버는 이전 직장에서부터 20년을 함께했다. 현재 직원 수는 22명으로 불어났다.김 대표는 “솔리테어 팜빌리지는 2019년 출시했지만, 아직도 많은 유저들이 즐기고 있고 머지서바이벌도 3년차에 접어들었다”며 “앞으로도 이런 장수 게임을 활용해 IP를 확장하는 등 다양한 도전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민경환 기자 eru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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