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현희 기자] 국내 5대 금융그룹이 향후 5년간 508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에 나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 첨단전략산업기금으로 운용되는 국민성장펀드 등에 주력될 것으로 예상된다. 1400원대의 원달러환율이 '뉴노멀'로 자리잡으면서 당분간 중소기업 연체율 문제도 우려되기 때문에 안정적이면서도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국민성장펀드 참여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9월 80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그 다음 하나금융이 100조원, NH농협금융 108조원, KB금융 110조원, 신한금융 110조원의 생산적 금융 계획을 연이어 내놨다.
각자 그룹마다 생산적 금융을 위한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계열사와의 협의회 등을 구축하고 있지만, 실제로 투자 비중은 첨단전략산업기금의 국민성장펀드에 주력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민성장펀드는 150조원 규모로 향후 5년간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백신, 로봇 등 첨단전략산업과 관련 기업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펀드로 산업은행 출연으로 마련한 첨단전략산업기금 75조원과 민간·국민·금융권 자금 75조원으로 구성된다. 5대 금융그룹은 이 펀드에 각 10조씩 출자할 예정이지만 향후 펀드 운용이 늘어나면 추가 출자도 염두해야 한다.
5대 금융그룹으로서는 정부보증채로 조달하고 운용되는 첨단전략산업기금이 참여하는 국민성장펀드 출자를 늘리는 편이 리스크 관리상 안정적이다. 미국과 협력하는 조선업에 대해서도 무역보증공사의 보증을 통해 추진하려는 분위기다.
이유는 '원달러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은 7~8월 잠깐 1300원대로 내려왔다가 최근 1400원에 이어 1450원 이상까지 치솟기도 했다.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리의 재정완화 기조로 인해 엔화 약세가 계속되면서 우리 정부도 수출 경쟁력 등을 고려하면 원달러 환율 상승에 쉽게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출 호조세를 위해서는 원달러환율 상승이 불가피한 가운데 국내 금융그룹들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중소기업들에게 치명타다. 수입 원가 상승과 환차손 문제로 자금난 우려가 커지는 만큼 중소기업의 경영 리스크는 5대 금융그룹에게도 연체율 관리 문제와 직결된다. 이미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은행의 올 3분기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53%로, 2017년 1분기(0.5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렇다보니 5대 금융그룹이 발표한 생산적 금융 계획은 최우선적으로 정부 보증으로 추진되는 정책적 상품인 국민성장펀드 등에 주력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각 금융그룹과 은행들은 올해 초부터 금융당국에게 기업금융 확대를 위해 정부보증을 더 늘려달라고 계속 요청 중이다.
또 원달러환율이 1450원 안팎 또는 그 이상을 기록한다면 5대 금융그룹은 올 초와 마찬가지로 환율상승에 따른 위험자산 증가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 연말 실적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원달러환율이 1400원대를 유지한다면 유동성 확보와 자본비율 부담도 상당해진다. 외화 차입금 평가액이 증가하면 위험가중자산(RWA)도 많아지고 그만큼 자본비율과 실적 부담도 커진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하지 않는 등 재정 완화 기조를 계속 유지한다면 우리 정부도 수출 경쟁력 문제로 원달러 환율을 그대로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높은 상황에서 생산적 금융을 추진하려면 결국 정부 보증으로 추진되는 정책적 상품 등에 보다 할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현희 기자 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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