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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그룹 이사회 의장 겸 회장. /사진:벤츠 |
반도체·디지털키·하만…삼성 기술, 벤츠 속으로
OLED ‘필라 투 필라’…삼성디스플레이, 마이바흐 독점 공급
전고체 배터리·고출력 셀, ‘EVA2 플랫폼’ 접목 가능성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번 주 방한하는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과 만나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등 전장(자동차 전자·전기장비)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과 만찬을 함께 하며 전장 부품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동에는 최주선 삼성SDI 사장 및 크리스티안 소보트카 하만 사장 등 전장 사업 관계사 경영진이 동석했다.
승지원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1987년 고 이병철 창업회장의 거처를 물려받아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활용한 곳으로, 현재 이 회장이 국내외 주요 인사와 만날 때 사용되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만남을 계기로 양사가 차세대 전장 생태계 구축 및 공급망 전략 재편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중국에 이어 벤츠의 아시아 2대 시장으로, 양사는 이미 다양한 차량 내 전자장비 공급을 통해 협력 경험을 축적해왔다.
삼성전자는 벤츠 일부 차량에 탑재되는 인포테인먼트용 태블릿 PC와 모니터 등에 디스플레이 기술을 공급해왔다. 또 ‘삼성월렛’ 기반 초광대역(UWB) 통신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폰으로 차량 문을 열고 시동을 거는 디지털키 서비스를 구현했다.
자회사 하만은 벤츠의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MBUX(Mercedes-Benz User Experience)’의 핵심 오디오 및 커넥티드 솔루션을 담당하고 있다. 하만은 고급 사운드뿐 아니라 차량 내 AI 음성인식, OTA(Over-the-Air) 기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전환의 기반 기술을 제공 중이다.
디스플레이 분야 협력도 빠르게 구체화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7월 메르세데스-벤츠 마이바흐 전기차용 OLED 패널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2028년 이후 출시 차량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 OLED는 운전석에서 조수석까지 이어지는 곡면형 ‘필라 투 필라(Pillar-to-Pillar)’ 대형 디스플레이로, 벤츠 하이엔드 모델의 인테리어 경쟁력을 강화할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업계에선 이를 기점으로 벤츠 전 차종으로 OLED 적용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삼성의 QD-OLED, 저전력 AMOLED, 증강현실(AR) 기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도 향후 협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삼성SDI와 벤츠 간 협력은 아직 초기 단계다. 현재 삼성SDI는 BMW·아우디·리비안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협력 중이며, 벤츠와는 본격적인 계약 관계를 맺지 않았다. 다만 이번 회동을 계기로 전고체(ASSB) 배터리 및 고출력 셀 기술 협력이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
벤츠는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EVA2’와 향후 전용 전기 SUV 라인업에 안정성·출력 효율이 높은 차세대 배터리 셀을 채택하려 하고 있다. 삼성SDI의 전고체 기술은 벤츠의 ‘탄소중립+프리미엄 전동화’ 전략과 맞닿아 있다.
이번 회동의 핵심 의제는 차량용 반도체 협력 확대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자율주행·ADAS·커넥티드카용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해 시스템온칩(SoC), 차량용 통신칩(게이트웨이·테우), 이미지센서 등 공급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차량용 메모리·보안칩은 벤츠의 시스템 안정성과 데이터 처리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핵심 요소로, 삼성의 파운드리–메모리–시스템반도체 간 통합 밸류체인이 강점으로 꼽힌다.
삼성은 1994년 ‘삼성모터스’를 출범했지만, 2000년 르노에 인수돼 현재는 ‘르노코리아모터스’로 사명이 바뀌었다. 이후 삼성은 완성차 제조 대신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인포테인먼트 솔루션 등 전장 하드웨어 플랫폼 사업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삼았다.
이재용 회장과 칼레니우스 회장의 만남은, 삼성이 ‘완성차 기업’에서 ‘전장 플랫폼 파트너’로의 정체성 전환을 상징하는 회동이 될 것이란 평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전동화·소프트웨어화·지속가능성을 3대 축으로 한 ‘Ambition 2039’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유럽 중심의 기존 공급망을 넘어 한국·일본 등 아시아 기술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는 각각 벤츠의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전략과 직결된다”며 “이번 회동은 단순 부품 공급을 넘어, 한국을 벤츠의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 허브로 격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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