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가상자산 오더북 공유 논란...규제 불확실성에 업계 “가이드라인 필요”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5-11-12 12:00:19   폰트크기 변경      
빗썸, 해외 거래소 오더북 연결로 FIU 조사…홍콩·미국은 제도화

[대한경제=김동섭 기자] 최근 빗썸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조사를 받으면서 가상자산 거래소의 오더북 공유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오더북 공유는 거래량과 유동성을 확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명확히 규율하는 제도가 없어 업계가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지난달 22일 호주 스텔라 익스체인지와 테더(USDT) 마켓 오더북 공유를 발표한 뒤 FIU의 현장조사를 받고 있다. 특정금융정보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준수 여부가 조사 대상이다. FIU는 오더북 공유 과정에서 국내 투자자의 주문 내역과 개인정보가 해외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이달 1일 현장조사에 착수했으며, 검증 기간은 14일까지 연장됐다. 


빗썸 관계자는 “스텔라는 호주 금융감독당국의 인허가를 받아 현지 법률에 따라 운영되는 합법적인 거래소”라며 “특금법 감독규정에서 규정한 절차 및 기준을 충족한 범위 내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1위 거래소인 업비트는 태국,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과 오더북을 공유하고 있지만 조사 대상이 되지 않았다. 오더북 공유에 관한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아 두 거래소에 대한 오더북 공유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업비트 관계자는 “한국 고객 정보는 해외로 이전되지 않으며, 해외 고객 정보를 업비트가 수집해 불공정거래 모니터링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특정금융거래정보보고 및 감독규정 제28조는 ‘자신의 고객과 다른 가상자산사업자의 고객 간 매매·교환 중개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다만 거래 상대 사업자가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이행하고 고객 정보 확인이 가능할 경우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이 조항은 구체적 가이드라인 없이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오더북은 매수·매도 주문 정보가 실시간 집계되는 호가창으로, 거래소 간 공유 시 거래량을 합산해 유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


오더북 공유가 허용되면 매수·매도 호가 간 가격 차이인 스프레드가 축소되고 체결속도가 개선된다. 김치 프리미엄 완화와 기관 자금 유입을 통해 시장 안정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과제도 남는다. 개인정보의 국외 이전 문제, 시스템 장애 시 백업 오더북 유지, 불공정거래 감시 체계 구축 등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오더북 공유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혜진 서강대 인공지능(AI)·디지털자산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는 “은행권 그림자 규제로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선스 보유 거래소들이 해외 자금 이체나 외화 결제를 제공할 수 없다”며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거래소로 우회하고 국내 거래소는 폐쇄된 시장에서 수익성을 소진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라이선스 보유 거래소가 글로벌 오더북과 연결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줄리아 렁 SFC 위원장은 “투자자들이 글로벌 시장 유동성에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소뿐만 아니라 브로커 라이선스 보유 업체도 글로벌 오더북 연결이 가능해지면서, 바이낸스나 코인베이스 같은 글로벌 거래소가 홍콩 시장에 진입하는 길이 열렸다.


미국의 경우도 한국보다 오더북 공유가 활성화돼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규제 하에서 거래소들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오더북 공유가 가능하다. 코인베이스 등 주요 거래소들은 글로벌 유동성 풀에 접근하며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박혜진 교수는 “국내만의 폐쇄적 구조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한계가 명확하다”며 “디지털 자산은 본질적으로 국경을 초월한 자본인 만큼, 당국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섭 기자 subt7254@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증권부
김동섭 기자
subt7254@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