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16.5% ↓… 1990년대 후퇴
BCT 운반비 상승·NDC 강화 ‘암초’
[대한경제=박흥순 기자] 극심한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건설 필수 기초자재인 시멘트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시멘트 내수가 34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며 1990년대 초반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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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대한경제 |
한국시멘트협회는 11일 “2025년 국내 출하(내수)가 전년 대비 16.5%(721만t) 줄어 3650만t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91년 내수 3711만t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업계는 1997년 6175만t으로 사상 최대를 찍었고, 2017년에도 5671만t까지 회복했지만 8년 만인 올해 2000만t 넘게 줄며 기록적 부진에 빠졌다.
숫자보다 더 아픈 건 구조다. 협회 관계자는 “1990년대 초반엔 업계 생산능력이 4210만t 수준이었고 1ㆍ2기 신도시 등으로 내수가 늘던 시기였다”며 “지금은 생산능력이 6100만t까지 늘었는데 내수가 급락했다. 가동률을 감안하면 단순 수치 비교 이상으로 격차가 크다”고 말했다.
급감의 배경은 선행ㆍ동행 지표가 일제히 꺾였기 때문이다. 올 1~7월 건설수주가 18.9% 줄었고, 건축착공(-12.8%)과 건설기성(-18.1%)도 크게 감소했다. 국가 SOC 예산도 최근 수년간 하락세가 이어져 내수 방어 효과가 약했다.
전망도 밝지 않다. 협회는 2026년 수요가 올해보다 1.4%(50만t) 더 줄어 3600만t에 머물 것으로 봤다. 착공 부진이 계속되고 부동산 PF 리스크와 대출 연체율 상승 등 자금 경색, 공사비 급등이 겹쳐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다만 정부가 2030년까지 주택공급 확대 의지를 밝혔고, 올해 SOC 27조5000억원 집행 기조가 유지된다면 추가 급락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물류ㆍ환경 등 사업여건 변화도 부담이다.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2020∼2022년) 시행으로 3년간 BCT(벌크시멘트트레일러) 운반비가 40% 상승함에 따라 1200억원을 추가 부담했고, 최근 들어선 출하량 감소로 BCT 사업자가 줄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이날 확정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가 강화됨에 따라 설비전환 및 배출권 거래비용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협회 관계자는 “지금도 설비의 가동률이 낮은데 고정비와 환경비용이 늘어나면 손익분기점이 더 높아지고, 이는 곧 가격 경직ㆍ수요 위축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래도 기댈 곳은 수요 회복뿐이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더 꺼지면 운송ㆍ설비ㆍ인력까지 연쇄로 무너진다”며 “정부의 주택·SOC 물량이 착공으로 연결돼야 하고, 감축 로드맵도 현장 현실에 맞춰 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흥순 기자 so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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