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판ㆍ가드레일ㆍ방음벽 등 사실상 방치
사고 발생 시 속수무책…내용연수 필요
재질ㆍ기후ㆍ도로환경 등 고려한 제도화 시급
정기적 성능평가 및 교체계획 의무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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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찬영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 박사가 12일 서울 강남구 POSCO센터에서 개최된 '강재 도로안전시설 내구성 향상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백경민 기자 |
[대한경제=백경민 기자] “강재 도로안전시설에 대한 과학적 수명 산정 연구를 바탕으로 내용연수 제도화를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찬영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 박사는 12일 한국도로시설안전산업협회가 주최한 ‘강재 도로안전시설 내구성 향상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강재 도로안전시설 노후화 현황 및 개선사례’를 주제로 연단에 올라 이같이 밝혔다.
도로 표지판과 가드레일, 방음벽 등 강재 도로안전시설은 주기적인 교체 시기를 따로 정해놓고 있지 않다. 민원이 발생하거나 부식 정도가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가 돼야 교체하는 식이다. 강재 시설물에 대한 내용연수 지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는 강재 시설물의 노후화가 가속화되면서 언제 사고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실제 지난해 중부고속도로에서는 볼트가 녹슬어 도로 표지판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주행하던 차량의 속도가 빠르지 않았던 데다 표지판이 보닛 위로 떨어져 인명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가슴을 철렁이게 한 사고였다.
강재 시설물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요인도 증가하고 있다. 강재 시설물에 취약한 염화물계 제설제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다. 이는 강재 시설물의 부식 유발 인자로 작용한다.
이 박사는 “2000년대 들어 염화칼슘과 모래를 섞어 살포하는 방식에서 모래가 제외되면서 제설제 살포량이 급격히 증가했다”며 “친환경 자동차 보급으로 부식성 가스는 감소하더라도 전반적으로 열화 촉진 인자는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펜스(7년), 가로등주(8년), 바리케이드(9년) 등 일부 시설물은 법정 내용연수가 지정됐지만, 도로 표지, 가드레일, 방음벽, 낙석방지책 등은 기준이 부재해 과학적 주기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재질 특성 및 기후 영향, 설치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용연수 지정 제도화 논의가 시급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기적 성능평가 및 교체계획 수립 등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광진 국토안전관리원 박사도 이날 발제자로 나서 강재 시설물의 내용연수 지정 필요성을 강조하며 그에 따른 중점 검토 사항을 △시설물 요인 △도로 및 환경적 요인 △유지관리 및 안전 요인 △경제적 요인 등으로 나눠 제시했다. 이들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설물의 내용연수를 현실적으로 지정하고, 효율적인 유지관리 계획을 수립하는 데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오 박사는 “유럽은 도로시설물, 전기ㆍ전자제품, 가전 등 분야에서 에코 디자인 지침과 연계해 최소 사용연한을 규정하고 있고, 캐나다는 교통시설물과 건설자재에 대해 설계 수명 개념 적용하고 있다”며 “일본의 경우 국토교통성과 일본공업규격 등 기준을 통해 제품별 내구연한을 제시하는 한편, 현장 설치 후 성능 모니터링을 통해 이를 제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설물의 용도와 환경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연수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효율적인 유지관리를 위한 시스템 구축은 물론, 신규 시설물 설치 또는 교체 시 비용과 안전 개선 효과를 비교한 경제성 검토가 동반돼야 한다”며 “유사 종류의 제품에 대한 기존 내용연수 추정치를 참고해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고, 신제품 개발 동향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교체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백경민 기자 w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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