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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피플①] 수주 공백 깬 ‘검증된 영업통’… 글로벌 CDMO시장 새판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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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1-17 05:00:27   폰트크기 변경      

“수주 0건 오명 벗었다”…박 대표의 롯데바이오 반전 전략

부임 10개월 만에 3건 수주 성과, 듀얼사이트·ADC로 글로벌 CDMO 도약


[대한경제=김호윤 기자] 제아무리 걸출한 CEO(최고경영자)라도 상대적으로 투자회수 기간이 긴 바이오시장에선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 그런데 이걸 해낸 CEO가 있다. 박제임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다.

올해 1월 취임한 박 대표는 올해만 3건의 수주를 따내며, 설립 4년차를 맞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자체 수주 0건’이라는 오명을 말끔히 씻어냈다. 글로벌 바이오 CDMO 업계 베테랑이 공격적 영업 행보로 조직 전환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다.

박제임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 사진: 롯데바이오로직스 제공


▲‘검증된 영업통’…부임 10개월 만에 수주 3건


박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 머크와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삼성바이오로직스 글로벌영업센터장 부사장, 세포ㆍ유전자 치료제(CGT) 전문 기업 지씨셀 대표를 역임했다.

특히 BMS 재직 시절 전임상부터 상용화까지 의약품 공정개발 및 품질관리(CMC) 실사에 참여했다. 라이선스 인아웃과 인수합병(M&A)을 포함한 사업개발(BD)을 총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는 다양한 글로벌 기업과 수주계약을 성사시켰다. 바이오 업계에서 ‘검증된 영업통’으로 통하는 이유다.

박 대표 영입은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시급한 과제였다. 2022년 BMS로부터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할 당시 확보한 초기 물량 외에 자체 수주가 ‘0건’이었기 때문이다. 2023년 1월 BMS와 체결한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계약은 3년 기간으로 내년 1월 종료 예정이다. 계약 연장이 불발되면 매출 절벽에 직면할 위기였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매출 2344억원, 순손실 89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전환점은 박 대표 부임 직후 찾아왔다. 올해 1월 송도 바이오 캠퍼스 취임식에서 그는 “모든 임직원이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성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4월 아시아 소재 바이오 기업과 항체-약물접합체(ADC) 임상시험용 후보물질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 BMS 시러큐스 공장 인수 이후 첫 외부 수주였다.

6월에는 ‘바이오 USA(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2025’에서 영국 바이오 기업 오티모 파마와 항체의약품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다. 9월에는 미국 바이오 기업과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 임상 3상과 상업화 프로젝트로 계약 기간은 2030년까지다.

박 대표는 바이오USA에서 ‘연내 5건 수주 달성’이라는 구체적 목표를 공식화했다. 올해 3건 수주로 목표가 가시화되고 있다.

▲‘듀얼사이트 시너지’로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


박 대표가 가장 공들이는 전략은 미국 시러큐스와 한국 송도를 잇는 ‘듀얼 사이트(Dual Site)’ 시너지 극대화다. 두 생산 거점 장점을 결합해 24시간 고객 대응 체제를 구축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무역 불확실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구조다.

특히 미국 내 생산 거점 보유 강점을 활용해 리쇼어링(본국 복귀) 추세에 따른 관세와 무역 리스크 최소화를 강조하며 글로벌 잠재 고객사를 공략 중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시러큐스 공장의 ‘규모의 전략적 고려’다. 최근 글로벌 CDMO 기업들이 1만 리터 이상으로 세포배양기를 대형화하는 추세와 달리 시러큐스 공장은 5000리터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를 임상 3상 등 주요 개발 단계에 가장 적합한 ‘스위트 스폿(Sweet Spot)’으로 판단한다. 10월 ‘바이오 재팬 2025’에서 그는 “5000리터 규모를 유지하는 시러큐스에 매력을 느끼는 기업이 다수”라며 임상 준비 기업들로부터 문의가 지속 증가한다고 밝혔다.

▲ADC 시장 집중, SK팜테코와 전략적 협력


박 대표는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시장으로 주목받는 ADC 분야에도 집중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를 첫 공식 방문해 최첨단 ADC 생산시설 개발 현장을 점검했다.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에 약 1500억원을 투자해 구축한 ADC 전문 생산 시설은 올해 초 완공 후 이미 첫 수주를 진행했다. CDMO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전략이다.

지난달 독일 프랑크푸르트 ‘CPHI 월드와이드 2025’ 현장에서는 SK팜테코와 글로벌 ADC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력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박 대표는 “국내 대표 기업 제약바이오 계열사가 글로벌 무대에서 만나 최초 파트너십을 맺은 의미 있는 성과”라며 “ADC와 같은 첨단 모달리티 치료제 시장 내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K바이오의 저력을 입증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품질 최우선’을 핵심 가치로 삼고 고객 맞춤형 설루션 제공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고객사와 한 팀처럼 협력해 신뢰받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박 대표를 지원하기 위해 장준영 글로벌BD부문장과 브라이언 그리븐 전 마티카 바이오 테크놀로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미국 법인장으로 선임했다. ‘삼성 출신’으로 CDMO 진영을 구축하며 조직력을 강화하는 행보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두 생산 거점 시너지를 직접 챙기는 박제임스 대표의 리더십이 롯데바이오로직스를 글로벌 CDMO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이끌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호윤 기자 khy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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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부
김호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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