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원전, 부지 선정 절차라도 시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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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울3,4호기 건설부지 전경./ 한수원 제공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믹스’ 정책이 지난 13일 고리2호기 계속운전 허가로 첫발을 뗐지만, 진짜 시험대는 신규 원전 건설에 달려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전 수명 연장으로 당장의 공백은 막았으나, 인공지능(AI) 시대에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선 신규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17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고리2호기의 계속운전 허가는 정부의 의중이 어느 정도 반영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안건을 심의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독립기구이다. 하지만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안전성 심사와 전문위원회의 심의까지 마친 상태에서 9ㆍ10월 수명연장에 퇴짜를 놓았고, 세 번째 심의 만에 허가한 것은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안전성과 기술적 측면의 검토는 이미 완료된 상태였고, 정치적 결정이 중요한 시점이었다”며 “재생에너지 확대로 전기료 인상 압박 커지고, AI 데이터센터 전기차 등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원전 계속운전 없이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결정은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과 차별화 되는 지점이다. 당시엔 고리1호기를 영구 폐쇄하고, 계속운전 중인 월성1호기까지 조기 폐쇄하는 등 강경한 탈원전 정책을 시행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을 배척하는 분위기까지 겹쳐 신규 원전 건설은 엄두도 못 냈다.
최근엔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미국은 영구폐쇄된 발전소까지 재가동하는 등 공격적으로 원전을 늘리고 있다. 탈원전을 선언했던 독일ㆍ이탈리아ㆍ일본 등도 에너지 정책을 급선회 중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1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재 건설 중인 세계 신규 원전 용량은 30년 만에 최고 수준이며, 총 설비 용량은 2035년까지 최소 35%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8년 전력수요는 145.6GW로 올 여름 최대 수요(104GW)보다 4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대형원전 2기를 건설하기로 했지만, 전기본이 확정된 9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부지 선정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대형원전은 건설에만 7∼8년이 걸린다. 부지 확보 기간까지 고려하면 약 14년이 소요된다. 지금 즉시 착수해도 2038년 전력 피크 시점에 가동이 불가능한 셈이다. 정치적 논쟁을 뒤로 하고, 일단 부지 선정 절차만이라도 시작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원전 건설부지는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공모를 통해 선정하거나, 기존 원전 부지에서 인근으로 확장하는 방식 등이 있다. 현재 공사가 한창인 신한울 원전은 한울 원전 인근에 증설하는 형태로 사업이 추진됐다. 반면, 경북 영덕군ㆍ강원도 삼척시는 공모를 통해 신규 원전 부지로 선정됐으나 지역 여론 악화 및 정권 변화 등을 거치며 최종 무산된 바 있다.
윤종일 카이스트 교수는 “고리2기 계속운전 허가는 국가적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나, 늘어나는 전력수요와 2035 NDC 목표 등을 고려하면 신규 원전 건설이 필수적”이라며 “적지 않은 지자체에선 이미 인구감소와 지역경제 붕괴의 대안으로 원전 유치 준비를 하고 있다. 에너지 믹스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려면 일단 부지 선정 절차부터 개시하고, 에너지 정책을 생산적 방향으로 이끌어 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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