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게임시장 이끄는 장수는 이젠 ‘검증된 IP’…브랜드화 힘찬 시동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5-11-18 08:43:19   폰트크기 변경      
[지스타 2025 리뷰] 특징과 뉴트렌드

게임사 8곳 출품 34종 중

19개가 기존 IP 기반 작품

넥슨, 6관왕 차지 큰 관심

엔씨, ‘아이온2’ 대중 공개

넷마블도 5종 중 4종 해당

日 닌텐도 슈퍼마리오 등

글로벌 게임강국 벤치마킹

지스타 엔씨소프트 부스에 관람객이 대기열을 형성한 가운데 뒷편 대형 돔 스크린에 ‘아이온2’의 트레일러가 송출되고 있다 . 사진: 엔씨 제공

[대한경제=민경환 기자] “다양한 장르에서 우리만의 색깔이 있는 게임을 만들겠습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창업자는 지난 13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5’ 오프닝 세션에서 이 같이 선언했다. ‘아이온2’와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 등 자사 신작을 대거 공개한 자리였다. 이 발언은 단순한 게임 개발 의지가 아니다. 국내 게임업계가 일본ㆍ미국 게임 강국처럼 강력한 지식재산(IP)을 수십년간 시리즈로 키워내는 ‘브랜드 경영’ 전략에 본격 돌입했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올해 지스타 현장은 그 변화를 생생히 보여줬다. 국내 주요 게임사 8곳이 출품한 34종 신작 중 절반이 넘는 19개가 기존 IP 기반이었다. 과거처럼 신규 IP 개발에 사활을 거는 대신, 검증된 IP를 다양한 플랫폼과 장르로 확장하는 전략이 주류로 자리잡은 것이다. 

김동건 데브캣 대표가 ‘마비노기 모바일’로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했다. / 사진: 넥슨 제공

넥슨 ‘20년 IP’로 게임대상 석권


지스타 전날 열린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넥슨은 6관왕을 차지했다. 전시장에 부스조차 내지 않았지만 올해 지스타의 주인공이 됐다. 비결은 20년 이상 키운 장수 IP였다. 


대상을 받은 ‘마비노기 모바일’은 2004년 출시한 ‘마비노기’의 모바일 버전이다. 원작의 낭만적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협력과 힐링 콘텐츠를 강화했다. 경쟁과 과금 중심의 기존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과 차별화에 성공한 결과다. 


최우수상을 받은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2005년 ‘던전 앤 파이터’를 콘솔로 이식한 작품이다. 인기 클래스 ‘버서커’의 캐릭터성을 확장해 독창적 액션과 서사를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넥슨의 IP 확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메이플스토리’ 기반 ‘메이플 키우기’는 최근 출시 직후 양대 앱마켓 1위에 올랐다. ‘마비노기 영웅전’을 확장한 ‘빈딕투스: 디파잉 페이트’도 PCㆍ콘솔용으로 개발 중이다. 1994년 창립 이후 30년간 백여종 이상의 IP를 쌓아온 넥슨의 자산이 브랜드 파워로 전환되고 있다.

총 5종의 신작을 출품한 지스타 넷마블 부스 앞에 관람객들이 모여있다. / 사진: 넷마블 제공

넷마블ㆍ엔씨ㆍ크래프톤도 IP 총동원


지스타 전시관에서는 각사의 IP 전략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자체 IP로 기업 정체성을 강화하는 곳부터 글로벌 IP를 수혈해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곳까지 다양했다. 


넷마블은 5종 신작 중 4종을 기존 IP로 채웠다. 키워드는 ‘PCㆍ콘솔 도전’이다. 2013년 ‘몬스터 길들이기’ 후속작인 ‘몬길: 스타 다이브’, 2015년 ‘레이븐’ 세계관을 확장한 ‘이블베인’을 선보였다. 이정호 넷마블 사업본부장은 “넷마블의 소중한 IP 중 하나인 레이븐 세계관을 앞으로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인기 만화ㆍ웹소설 IP를 활용한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과 ‘나혼렙: 카르마’도 공개했다.5종 중 3종은 PCㆍ콘솔 출시 예정으로, 모바일 편중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전략이 엿보인다. 


엔씨소프트는 인기 MMORPG ‘아이온’의 원작 세계관을 유지하면서 차별화된 그래픽과 광활한 오픈월드로 구현한 ‘아이온2’를 대규모 관람객에게 공개했다.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한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 제작 사실도 처음 알렸다. 글로벌 흥행 IP를 모바일로 이식하는 프로젝트다.


신규 IP로는 ‘신더시티’ ‘타임 테이커즈’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를 개발 중이다. MMORPG 중심에서 슈팅과 액션, 서브컬처 등 다양한 장르로 엔씨만의 IP를 브랜드화하겠다는 김택진 창업자의 경영 전략을 담고 있다. 

크래프톤이 ‘팰월드 모바일’을 테마로 체험형 부스를 냈다. / 사진: 크래프톤 제공


크래프톤은 글로벌 인기 IP ‘팰월드’를 새로 확보했다. 일본 포켓페어가 제작한 이 게임은 전 세계 누적 플레이어 3200만명을 돌파했다. 크래프톤은 ‘팰월드 모바일’을 제작 중이다. ‘펍지: 배틀그라운드’로 글로벌 게임사 반열에 오른 데 이어, 다시 한번 해외 시장 입지를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크래프톤의 글로벌 매출 비중은 90%가 넘는다.


웹젠은 ‘뮤’ IP 기반 신작 ‘프로젝트 G’ 트레일러를 공개했다.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 IP 기반 3종을 선보였다. 지스타 현장 곳곳에서 검증된 IP를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포착됐다. 


IP 브랜드화, K-게임 성장 전략으로

국내 게임사의 IP 브랜드화 전략은 글로벌 게임 강국의 성공 공식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일본 닌텐도의 ‘슈퍼마리오’ ‘젤다의 전설’, 미국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 시리즈처럼 하나의 IP를 수십년간 다양한 플랫폼과 장르로 확장하며 팬덤을 키워온 사례들이다.


그간 국내 게임사는 탄탄한 IP 파이프라인과 오랜 팬덤을 구축해왔다. 이제 그 자산을 프랜차이즈 전략으로 전환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올해 지스타는 K-게임이 IP 브랜드 경영 시대를 본격 개막했음을 보여준 무대였다.


민경환 기자 erutan@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산업부
민경환 기자
erutan@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