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로 9200억원...대담해진 범죄 수법
5년간 환치기 11조원 적발...가상자산 83%
관세청, 126명 추적팀 가동ㆍ 집중 단속
"국제공조 강화" 실시간 정보 공유 시스템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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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올해 7월 인천공항 출국장. 한국인과 필리핀인으로 구성된 범죄조직이 대형 캐리어를 끌고 출국 심사대를 통과했다. 캐리어 안에는 현금 수억원이 빼곡히 들어 있었다. 이들은 이런 식으로 무려 519회에 걸쳐 약 1150억원의 해외 도박자금을 직접 운반해 밀반출했다. 관세청이 같은 인물들의 반복 출국 패턴을 분석해 적발한 사례다.
10월에는 더 교묘한 수법이 드러났다.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해 불법 송금을 중개한 환치기 조직 5명이 검거됐다. 이들은 7만8489회에 걸쳐 무려 9200억원 상당의 자금을 송금ㆍ영수했다. 11월에는 외환사범 4명이 외화 약 270억원을 108회 홍콩으로 밀반출한 뒤 테더코인으로 환전해 보이스피싱 범죄자금 세탁책에게 전달한 정교한 자금세탁 루트가 적발됐다.
관세청이 이처럼 대담하고 지능화된 범죄자금 유통을 차단하기 위한 대대적인 특별단속에 나섰다. 관세청은 17일 정부대전청사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범죄자금 반출입 및 자금세탁 행위에 대해 특별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외환조사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126명 규모의 ‘범죄자금 추적팀’을 편성하고, 금융정보분석원(FIU),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초국가 범죄 생태계 와해에 나선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21~2025년 9월) 적발된 환치기 규모는 11조4812억원에 달한다. 2021년 1조2073억원에서 2022년 5조2399억원으로 급증했고, 올해 9월까지 1조8937억원이 적발됐다. 특히 전체 환치기 중 가상자산 관련 건이 9조5588억원으로 83%를 차지했다. 공항과 항만을 통한 외화 밀반출입도 2021년 67억원에서 올해 9월까지 1411억원으로 급증했다. 무역기반 자금세탁과 재산도피 사례도 5년간 총 1조2618억원이 적발됐다.
이번 특별단속은 불법송금, 외화 밀반출입, 무역 악용 자금세탁 등 3대 유형에 집중한다. FIU 위험정보를 활용한 가상자산 환치기 수사, 전국 공항만 우범국 발 여행자 검사 강화, 무역 거래 및 해외 현금인출 내역 분석을 통한 자금세탁 조직 특정 등이 핵심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범죄 수법이 빠르게 진화하는 만큼 국제공조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익명 계좌와 계좌 쪼개기로 추적이 어려운 가상자산 거래의 특성상, 해외 거래소 및 현지 수사 당국과의 실시간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으면 범죄자금 차단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관세청은 국제공조 체계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와 실시간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해외 수사기관과의 정보 공유 채널을 확대해 가상자산 관련 불법 거래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빅데이터 기반 위험거래 분석 시스템도 도입해 의심 거래를 조기 포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명구 관세청장은 “우리 국민의 재산을 위협하는 국제 범죄조직의 자금이동 통로를 완전히 차단하고, 투명한 국제 금융 환경을 확립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불법적인 자금 유통ㆍ은닉행위에 대한 단속을 앞으로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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