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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동안 ‘쿵’ 의심 ‘13번’…사고 전 울린 한강버스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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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1-17 13:29:29   폰트크기 변경      
뚝섬·동호·한남 상류 ‘의심 구간’ 반복

갈수기 데이터 비어…시범 운항 공백 논란
야간표시등 먹통·항로 이탈 경고등 무용지물
“선장 숙련도에만 의존 구조” 문제


지난 16일 오전 11시께 서울 송파구 잠실선착장 인근 멈춰선 한강버스에 119특수구조단이 다가가고 있다. / 사진 : 안윤수 기자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한강버스가 항로를 이탈해 강바닥에 걸려 멈춘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인근 구간에서 저수심을 우려하는 선장들의 보고가 이달에만 13건 집중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김선직 주식회사 한강버스 대표는 17일 브리핑에서 “한강버스 바닥에 무언가 터치되는 현상이 있다는 보고가 총 15건 들어왔다”며 “2월부터 총 15건, 11월 달에만 13건 들어왔다”고 밝혔다. “강바닥에 닿았을 수도 있고 통나무, 밧줄, 여러 이물질에 닿았을 수도 있어 더 정밀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강버스 관계자에 따르면, 이달 저수심 관련 첫 보고는 11월 5일 한 선장의 “수심이 평소보다 낮아진 것 같다”는 메시지였다. 본격적인 접촉·저수심 신고는 7일부터 누적됐고, 지난 11월 7일부터 15일까지 8일 동안 13건이 접수됐다. 한강버스 관계자는 통화에서 “특히 14~15일에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정 지점에서 수심이 급격히 낮아지거나 선체에서 ‘쿵’ 하는 느낌이 들면 선장들이 사업자들이 함께 있는 단톡방에 공유를 한다”며 “15일에 뚝섬에서도 신고가 잇따라 올라오자 최근 보고들을 정리해 서울시에게 준설 검토를 요청하려던 때 ‘잠실 멈춤’ 사고가 터진 것”이라고 했다.


김선직 한강버스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한강버스 멈춤사고 관련 브리핑에 앞서 고개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 사진 : 연합 


저수심·터치 보고는 뚝섬선착장 인근, 동호대교, 한남대교 상류 등 3개 구간에서 반복됐다. 특히 뚝섬 인근은 “토사가 아니라 앵커·바위 같은 이물질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11일 뚝섬 입항 중 한강버스 프로펠러에 밧줄이 감겨 잠수부가 투입됐고, 15일에도 “바닥이 긁히는 듯한 충격” 보고가 있었다. 한강버스는 “이런 터치는 선체가 찢어지는 중대사고가 아니어서 세세한 사안은 내부 보고만 관리한다”고 해명했다.

△갈수기 데이터 부족했나...“수심 이렇게 낮을 줄 몰랐다”

이날 브리핑에선 정식 운항 전 시범 운항·수심 검증이 충분했는지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 대표는 “2월부터 무탑승 훈련, 여름 시민 체험 운항 등 8개월간 준비했다”며 부족함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평균 3~4m로 얕고 토사 퇴적이 쉬운 한강 특성상 갈수기 위험을 과소평가했다는 지적은 이어졌다.

한강버스 관계자는 “잠수교 수위 표지판을 보면 평소 7m 정도이던 수위가 최근 9m까지 올라가는 걸 확인할 수 있다”며 “잠수교 숫자가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수위가 내려간다는 뜻이라, 선장들도 최근 갈수기 저수심을 예민하게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잠수교 수위표의 숫자는 교량과 수면 사이 ‘여유 공간’을 의미해, 표시값이 커질수록 실제 수위는 더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도 “상류 수심이 낮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연중 수심이 가장 낮은 갈수기라 이렇게까지 낮아질 것으로는 미처 예상을 못했다”고 말했다.


△야간표시등 먹통·항법 알람 무용…“숙련도 의존 구조”



지난 16일 오전 서울 잠실한강공원 선착장에서 한 시민이 미운항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뚝섬·옥수 등 일부 선착장은 최근 이물질 접촉 사고가 잇따르면서 이날부터 사흘간 무정차 통과 조치가 시행됐다. / 사진 :안윤수 기자


또한 사고 당시 우측 항로 표시등은 점등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선장은 “보이는 다른 표시등만 보고 접안하다 저수심 구간으로 들어갔다”고 진술했다. 김 대표는 “오른쪽 항로 표시등을 보지 못했다고 했기 때문에 인재 여부는 조사 결과를 봐야 한다”고 했다.

표시등은 태양광 충전 방식으로, 서울시는 “충전 배터리 기능이 떨어져 작동하지 않았다”며 배터리를 교체했다.

다만 GPS 기반 항법 경고 시스템은 실제론 거의 작동이 어렵다는 게 운영사 설명이다. 한강버스 관계자는 “위험구역과 정상 항로가 수 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경고가 상시 울리는 구조가 된다”며 “결국 야간에는 표시등과 선장의 시야·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한강버스 선장 17명 대부분이 입사 2개월 이상이며, 사고 선장은 입사 4개월 차다. 회사 측은 “항해사 3급 이상 자격을 갖춘 숙련된 선장”이라고 했다. 매달 퇴선훈련, 3개월마다 비상조타훈련, 한강수상구조대·한강경찰대와 합동 구조훈련도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저수심이 많은 상류 구간, 특히 야간 운항에서 선장 개인 숙련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가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상류 운항 중단·소나 스캔·준설…“경제성보다 안전 먼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잠실한강공원 선착장에서 한강버스 관계자가 출입 통제선 앞에서 안내 업무를 하고 있다. / 사진 : 안윤수 기자


서울시와 한강버스는 한남대교 상류 운항을 일단 중단하고 안전 점검에 나선다. 잠실·뚝섬·옥수·압구정 등 상류 전 구간 운항을 멈추고, 마곡∼여의도만 제한 운항한다. 김선직 대표는 “항로 위주로 소나 스캔과 잠수사 투입을 통해 저수심·이물질을 정밀 점검하겠다”며 “야간 운항 교육을 강화해 안전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익성보다 시민 안전이 우선”이라며 상류 구간 운항 재개는 안전 조치와 서울시 협의 후 가능하다고 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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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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