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급 열방출량 측정 장비로
열·연기·독성가스 동시에 분석
실대형 외장재 시험장비도 갖춰
강화된 외단열재 규제 대응 가능
국제인증 지원…기업 부담 완화
[대한경제=박흥순 기자]국내 화재안전산업의 혁신 거점이 될 ‘KTR 화재안전산업 진흥시설’이 17일 충남 홍성군에서 문을 열었다. 행정안전부의 ‘재난안전산업 진흥시설’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이 시설은 화재로 인한 피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제품·기술의 성능시험·평가 플랫폼 역할을 맡는다.
이날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 주최로 열린 개소식에는 박정주 충청남도 행정부지사, 이용록 홍성군수, 노형관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산업과 팀장, 송영호 전국대학 소방학과 교수협의회 회장 등 유관기관 및 기업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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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R 화재안전산업 진흥시설 전경. /사진:박흥순 기자 |
이 시설의 핵심 역할은 소재·부재부터 완제품, 시스템에 이르는 전 단계를 한곳에서 시험·평가하는 ‘원스톱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다.
현장에 참석한 한 건축자재 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대형 외장재 실증 시험 등을 위해 해외 시험소를 찾거나 삼척, 홍천 등 각지에 국내 장비가 흩어져 있어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컸다”며 “내륙 중앙 지역에서 통합 검증이 가능해지면 제품 개발 전략 자체를 새로 짤 수 있다”고 말했다.
시설의 역량은 핵심 장비에서 드러난다. 10㎿급 ‘대형 열방출량 측정장비’는 가연물을 실제로 태워 열, 연기, 독성가스를 동시에 분석한다. 건축 내·외장재가 실제 화재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입체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
특히 건설업계의 관심이 큰 ‘실대형 외장재 시험장비’도 갖췄다. 건물 외벽 전체를 모사해 화염이 수직 확산하는 속도와 패턴을 평가한다. 샌드위치패널 화재 사고 이후 강화된 외단열재 규제(KS F 8414, NFPA 285 등)에 대응할 핵심 장비로 꼽힌다.
KTR은 이 시설을 통해 건축물에서 발생 가능한 대부분의 화재 시나리오를 재현·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스프링클러·화재감지기 성능시험 장비, 터널가열로, 연소가스 독성 시험장비 등을 단계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시험·평가 기능과 더불어 ‘국제 인증’ 확보 지원도 이 시설의 핵심 역할이다. KTR은 이 시설을 UL 규격 등 국제 공인시험기관으로 지정받아 국내 기업의 해외 인증 부담을 낮출 계획이다. 화재감지기나 소방설비 수출 기업이 해외 기관을 거치며 겪었던 물류·시간·비용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KTR은 53개국 257개 해외기관과 맺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홍성 시설을 화재 특화 허브로 삼고, 행안부의 안전산업박람회 등과 연계해 판로 개척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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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운전 중인 실대형 외장재 시험장비. /사진:박흥순 기자 |
행정안전부는 이 시설이 524억원의 직·간접 경제 효과와 231명의 취업 유발 효과를 낼 것으로 추산했다. 단순한 시험실을 넘어 지역 산업과 연계된 ‘안전 클러스터’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KTR 관계자는 “이번 진흥시설 개소로 국내 화재안전산업도 ‘숫자’로 말하는 시대를 열었다”며 “더 이상 사고 후 분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선제적인 실증 시험을 통해 위험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이 국내 기업의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고, 나아가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흥순 기자 so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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