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심화영 기자] KT가 차기 최고경영자(CEO) 공개모집을 마감하고 33명의 지원자 명단 검토에 들어갔다. 내부·OB(퇴직자)·외부 인사가 대거 응모하며 역대급 경쟁이 시작됐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4일부터 16일까지 진행한 대표이사 후보 공개 모집과 사내 후보, 전문기관 추천을 포함해 총 33명의 후보로 대표이사 후보군 구성을 완료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사후보추천위는 대표이사 후보 심사의 객관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경영 △산업 △리더십·커뮤니케이션 등 분야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을 운영할 예정이다.
인선자문단은 사내외 대표이사 후보군에 대한 서류 평가 의견을 위원회에 전달하며, 위원회는 이를 참고해 대표이사 후보를 압축할 계획이다.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선자문단의 구체적인 구성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번에 구성된 대표이사 후보군을 대상으로 서류 및 면접 심사를 거쳐 연내 최종 1인을 선정하고, 이사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최양희 한림대 총장, △곽우영 전 현대자동차 차량IT개발센터장, △조승아(서울대학교 경영대 교수·현대자동차 추천, 현 현대제철 사외이사), △김성철(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현 스튜디오드래곤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안영균(전 삼일회계법인 대표·현 셀트리온제약 사외이사) 이사, △김용헌(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윤종수(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이사 등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됐다.
차기 CEO가 통과해야 할 관문은 KT 이사회 산하 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8명이다. 사추위 8명 중 7명은 윤석열 정부 시절 선임돼 올해까지 임기를 유지하고 있다. 재선임 과정을 통해 기존 구도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현 정부가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KT 이사회는 규정을 개정해 부문장급 인사·조직개편까지 사전 심의·의결 대상으로 확대했다. 사외이사 중심의 권한이 더 커지자 내부에선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권한만 늘린 구조”라는 반발이 제기됐다. KT 새노조도 “낙하산 방지 명분과 달리 내부 카르텔과 외풍에 더 취약한 구조”라며 사추위의 불투명성을 비판했다.
또 다른 변수는 최대주주 현대차의 ‘보이지 않는 손’이다. KT 최대주주는 지분 8.07%의 현대차그룹이다. 사추위 위원인 조승아 이사 역시 현대차 추천 인사로, 업계에선 “현대차가 조용히 있지만 영향력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원자는 1960년대생이 주류로, KT 출신·퇴직 간부·전직 관료·학계 등으로 폭넓게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출신은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초대 사장(전 KT IT기획실장), 남규택 지누스에어 부회장(전 KT 마케팅 총괄), 홍원표 전 삼성SDS 사장(전 KT 글로벌·와이브로 담당), 박대수 전 KT텔레캅 대표 등이 거론된다. 이 중 박윤영 전 사장(1962년생)은 2019년, 2023년 두 차례 ‘최종 3인’까지 올랐다.
현직 내부 출신으로는 이현석 커스터머부문장(1966년생)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10여년 간 B2C·디바이스·지역본부 등을 두루 거쳤다.
외부 인사로는 주형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SKT·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출신), 차상균 서울대 명예교수(2023년 최종 3인), 김재홍 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등이다.
KT 안팎에선 이번에는 내부 출신이 대표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최근 소액결제 무단청구, 서버 해킹 등 대형 리스크가 연달아 터지면서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물만이 조직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구현모 전 대표도 공모 불참을 선언하며, “KT의 역사와 문화를 모르는 인물의 참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한편 이사회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주주총회에 추천할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하고, 해당 후보는 2026년도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최종 선임된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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