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모듈러’ 주택공급 핵심 수단
PC공법도 반도체 덕에 제2전성기
[대한경제=박흥순 기자]건설 산업의 낙후된 생산성과 인력난, 반복되는 안전사고를 한꺼번에 풀 열쇠로 탈현장건설(OSC)이 급부상하고 있다. 공장에서 부재를 사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OSC는 공기 단축과 품질 균일화, 안전 확보를 동시에 잡는 기술로 평가된다.
18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대경 스마트건설의 날 2025’에서는 OSC의 두 축인 스틸모듈러와 PC(프리캐스트 콘크리트)의 현주소와 미래가 집중 조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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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스틸모듈러 발표자로 나선 송경섭 플랜엠 부사장은 모듈러의 성장 속도와 관련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그에 따르면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은 2003년 이후 연평균 36.95%씩 커졌고, 2030년에는 3조7400억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과거에는 임시 가건물, 컨테이너 주택 이미지가 강했지만 지금은 주거, 학교, 군막사, 호텔, 병원까지 영역을 넓히며 ‘정식 건축’으로 올라서는 분위기다.
스틸모듈러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사례로는 영국 런던의 50층 규모 주거용 건물 ‘컬리지 로드’가 소개됐다. 2023년 완공된 이 건물은 고층 전체를 모듈러 공법으로 올리면서 ‘모듈러는 저층용’이라는 통념을 깼다는 평가다. 이밖에 ‘텐디그리스(44층)’ 등 영국의 다른 건축물도 우수 스틸모듈러 사례로 언급됐다. 송 부사장은 “국내에서도 LH(한국토지주택공사) 표준모델 개발과 번들형 기둥 같은 고층화 구조 기술을 확보하고, 합리적인 내화 기준을 세우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BIM(건설정보모델링) 기반 DfMA(제조 및 조립 용이 설계)가 정착되면 스틸모듈러가 주택 공급의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PC공법은 반도체 공장 특수를 타고 ‘제2의 전성기’를 준비 중이다. 이창재 까뮤이앤씨 미래연구소 팀장은 “반도체 공장, 데이터센터 등 대형 산업 시설에서 공기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PC의 가치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팀장에 따르면 현재 국내 건축 PC 시장 규모는 약 2조8000억원으로 전체 건축 공사의 1% 수준에 그친다. 유럽이 2%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도 충분히 두 배 이상 성장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PC는 거푸집과 철근 배근, 양생 등 현장 작업을 공장으로 옮겨 콘크리트 부재를 미리 만들어 두는 방식이다. 현장에서는 크레인으로 세워서 조립하는 공정이 중심이 된다. 그만큼 타설·양생 과정에서 발생하는 품질 편차와 안전 리스크를 줄이고, 기상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팀장은 “최근에는 현대건설의 H-PCR 공법처럼 공동주택에 특화된 PC 기술이 등장하면서 주거 부문으로도 시장이 넓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다만 급격한 시장 확대에 비해 제도와 품질 관리 체계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이 팀장은 “현재 국내 PC 공장이 69개에 달하지만 미국 PCI나 NPCA처럼 표준화된 품질인증제도가 없다”며 “공장별로 품질 수준이 제각각이면 시장 전체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정부 주도의 PC 공장 품질인증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흥순 기자 so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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