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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뷰 ‘테라헤르츠 검사기술’…AI 반도체 ‘게임체인저’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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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1-19 17:41:28   폰트크기 변경      
20년 축적 노하우 상용화 가속

AI 붐에 고성능반도체 수요 급증

100건 특허ㆍ독자 기술력 보유

초정밀 장비 내부 손상없이 확인

배터리 등 다양한 분야 활용 기대

돈 아르논 테라뷰 대표가 19일 서울 중구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민경환 기자

[대한경제=민경환 기자] 아이작 뉴턴이 17세기 빛의 스펙트럼 연구를 시작한 이후 적외선·자외선 등 다양한 전자기파가 실생활에 쓰이고 있다. 하지만 400년 가까이 미개척지로 남아 있던 영역이 있다. 바로 자외선과 마이크로파 사이 대역의 ‘테라헤르츠파’다. 적절한 광원과 검출 기술의 부재로 상용화가 난제로 꼽혔던 이 분야에서 20년 넘게 한 우물을 파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이 등장해 주목된다.

주인공은 2001년 영국에서 설립된 ‘테라뷰(TeraView)’다. 케임브리지대와 일본 도시바 연구진이 의기투합해 만든 테라뷰는 테라헤르츠파 기반의 첨단 비파괴 검사 설루션 기업이다.

테라헤르츠파는 직진성과 물질 투과성을 갖추면서도 에너지가 낮아 인체에 무해하고 물질을 파괴하지 않는다. 기존 엑스레이보다 안전하고 광학보다 투과력이 좋아 ‘꿈의 주파수’로 불려왔다. 미국 MIT는 2000년대 초 테라헤르츠파를 ‘미래를 바꿀 10대 기술’로 선정한 바 있다.

문제는 기술적 난도와 개발 비용이었다. 전자파와 광학의 중간 영역이라는 특성상 개발이 쉽지 않았고, 시장도 무르익지 않아 수익성 확보가 어려웠다. 테라뷰는 시장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100여건의 특허와 독자적 테라헤르츠 검출 반도체 등 핵심 기술을 20년간 축적해왔다.

전환점은 AI 붐이었다. 고성능 반도체 패키징 수요가 급증하면서 테라헤르츠 기반 결함 검사 기술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초정밀 장비의 내부를 손상 없이 들여다볼 수 있는 이 기술은 기존 검사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며 ‘게임체인저’로 부상했다.

테라뷰 매출의 70%는 반도체 검사 장비, 30%는 배터리를 비롯한 신규 분야에서 나온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70억원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반기 만에 전년 매출을 뛰어넘는 수주를 확보했다. 내년 흑자 전환을 시작으로 2028년에는 매출 740억원이 예상된다. 주요 제품은 반도체 검사 장비 ‘EOTPR’과 코팅 검사 장비 ‘테라코다’다.

테라헤르츠 검사 기술은 기존 엑스레이·전기 검사 대비 차별점이 뚜렷하다. 엑스레이는 내부 구조는 볼 수 있지만 미세 결함·균열 탐지는 한계가 있으며 방사선 노출 위험도 존재한다. 전기 검사는 결함 위치를 특정하기 어렵고 미세 균열에 둔감하다. 반면 테라헤르츠 검사는 첨단 패키징과 이차전지 등 미세한 결함이 제품 성능을 좌우하는 분야에서 높은 정밀도를 보여준다.

돈 아르논 테라뷰 대표가 19일 서울 중구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민경환 기자

엔비디아는 2023년 공급망 내 반도체 결함 검사 분야에서 최우선 장비로 테라뷰 제품을 소개한 바 있다. 이후 파운드리와 후공정 기업 등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서 테라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돈 아르논 테라뷰 대표는 “반도체 검사 장비에서는 아드반테스트 등이 경쟁사이지만 특허 보유량과 기술력에서 우위가 있다”며 “배터리 검사에서도 양·음극 코팅을 동시에 측정하는 등 차별화된 성능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테라뷰는 매년 3∼4건의 특허를 꾸준히 출원 중이다.

AI 거품론 속에서도 테라뷰는 자신감을 내비친다. 테라헤르츠 기반 첨단 검사 기술은 반도체뿐 아니라 배터리, 자동차·항공 등 고부가가치 코팅 검사에도 활용 폭이 넓다. 유럽·북미·중국 등에서 국방, 제약, 의료 분야의 수주와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6G 시대에는 무선통신과 원격 감지·이미징을 통합한 테라헤르츠 생태계 구축도 가능하다는 구상이다.

테라뷰는 제조 강국 한국을 거점으로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19일 서울 중구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영국 기업 최초의 한국 증시 상장 배경과 중장기 전략을 공유했다. 테라뷰는 엔비디아, 인텔, 삼성 등과의 협업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연구개발·제조 역량을 확충해 신속한 기술 상용화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돈 아르논 테라뷰 대표는 “한국 상장은 고객사와의 협력 의지를 명확히 하는 약속”이라며 “한국에서 더 많은 연구개발과 제조 역량을 구축해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테라뷰의 희망 공모가는 7000∼8000원이며, IPO를 통해 최대 4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조달 자금은 검사 자동화, 처리량 증대 등 기술 고도화에 투자한다.

민경환 기자 eru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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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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