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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의사결정+공공이 정비사업 관리…속도ㆍ투명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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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1-19 16:04:00   폰트크기 변경      

공공대행형 정비사업, 사업 지연ㆍ갈등 완화 대안으로 제시

용역ㆍ공정관리까지 통합 대행…분쟁 가능성 큰 곳 수용성 증대


19일 국회에서 열린 ‘도시정비 활성화 및 신속 추진을 위한 공공 참여 촉진방안’ 세미나에서 이지현 주택산업연구원 도시정비실장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종무 기자
 

[대한경제=이종무 기자] 도시정비사업의 지연과 갈등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방식의 ‘공공대행형 정비사업’ 도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조합이 의사결정권을 갖되 사업 전반을 공공이 대신 관리하는 형태다. 시공사 선정을 지원하고 공사비 협상, 100여개에 이르는 각종 용역 계약을 공공이 전문적으로 대행해 사업 속도와 투명성을 높이자는 구상이다.

이지현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 도시정비실장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도시정비 활성화 및 신속 추진을 위한 공공 참여 촉진방안’ 세미나에서 “서울 등 수도권 정비구역은 계속 늘고 있지만 조합의 비전문성ㆍ내부 갈등, 공사비 분쟁 등으로 사업이 장기 지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공공시행에 대한 주민 거부감을 줄이면서도 공공의 전문성과 재정지원은 살릴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주산연이 세미나에 앞서 지난 12~13일 이틀간 48개 조합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대다수가 공공 참여 필요성에 공감했다.


하지만 조사에서 조합들은 조합 의사결정권 축소와 공공기여 확대에 따른 수익성 저하를 주요 우려로 꼽았다. 이에 이 실장은 공공대행형 정비사업 방식을 제안했다. 공공시행처럼 공공이 사업을 직접 주도하는 것이 아닌, 시행 주체는 기존처럼 조합으로 두되 사업 관리와 인허가, 자금 조달 등을 공공이 대신 맡고 시공사 선정 등을 지원하는 구조다.

이 구조의 핵심 축은 시공사 선정 지원이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정비구역은 대폭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성이 낮은 중ㆍ소규모 구역은 시공사 무응찰과 유찰이 반복되면서, 상당수 정비사업이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결정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조합은 공사비ㆍ공사기간 협상에서 협상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실장은 “공공대행형 정비사업으로 조합의 시공사 선정을 지원하면 수익이 낮은 구역에 참여하는 시공사에 향후 민간참여 공공임대주택ㆍ종심제 사업 입찰 시 가점을 부여할 수 있고, 미분양 발생 시 공공대행자가 신축 매입 확약을 제공하는 등 시공 리스크 완화를 위한 보증 체계를 마련할 수 있다”면서 “시공사 확보가 어려운 구역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공공 사업 등 타 사업과 연계해 참여 유인을 증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축은 공사비 협상과 품질ㆍ공정 관리 대행이다. 현재 시공사는 내부에서 치밀한 전략과 원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사비 증액 협상에 나서는 반면, 조합은 정보 비대칭과 시간 압박 속에서 원가 검증 능력이 부족해 사실상 끌려가는 구조가 반복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은평구 대조1구역(73.3%),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52.7%) 등 일부 대형 사업장에서는 최초 도급 계약금액 대비 공사비가 크게 뛰며 분쟁이 장기화한 사례도 적지 않다.

이 실장은 “공공대행자가 시공사 입찰 단계부터 참여해 표준원가와 유사 사업비 데이터를 토대로 견적의 적정성을 검증할 수있고, 구조, 마감, 기계, 전기 등 주요 공종별 단가를 세밀히 분석해 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며 “공사비 협상과 품질 관리 대행으로 비용 절감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정비사업 하나를 완료하려면 법무, 세무, 감정평가부터 설계, 교통. 환경, 안전, 문화재 조사 등 100개 안팎의 용역을 발주해야 한다. 지금은 조합이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다 보니 용역비 과다 지급, 임의 증액, 수의계약 남용 등으로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이 실장은 공공대행 방식으로 용역 계약을 합리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조합이 개별 발주했던 용역을 패키지화하고 용역관리시스템을 구축해,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 공공대행자가 직접 용역사 선정과 계약, 관리할 수 있어 사업 품질과 절차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공공대행형 정비사업에서는 공공이 직접 사업비 융자ㆍ보증에 나서면 조합의 시공사 의존적인 자금 조달 구조를 완화하면서 주민 부담을 실질적으로 경감할 수 있고, 추가 이주비 저리 대출로 사업 추진 속도를 제고할 수 있다는 게 이 실장의 분석이다. 아울러 국ㆍ공유지 선매입과 보상 협의ㆍ수용 재결 등 분쟁 가능성이 큰 구간의 핵심 절차를 대행해 공공이 리스크를 부담할 수 있어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장치라는 제안이다.

이 실장은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려면 조합과 공공이 각자 잘하는 일을 나눠 맡고, 책임과 이익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새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면서 “공공대행형 정비사업이 그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무 기자 j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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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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