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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징벌만 넘치는 안전정책, 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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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1-19 22:30:47   폰트크기 변경      

정부와 여당이 안전을 명분으로 쏟아내는 규제가 이제 ‘정책 폭주’ 수준에 이르고 있다. 민주당이 11월 처리 의지를 밝힌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1년간 사망자가 3명만 발생해도 영업이익의 5%, 반복되면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이미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중인 상황에서 또 다른 처벌을 중첩시키는 것은 징벌적 기업 규제로 비칠 수밖에 없다. 사고의 성격이나 기업의 안전관리 노력, 구조적 요인 등은 외면한 채 사망자 숫자만으로 기업 생존을 좌우하는 방식은 정책이라 부르기조차 민망하다.

더 문제인 것은 이런 규제가 대통령의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6일 재계 총수들을 불러 국내 투자 확대를 요청하며 “기업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다음 날 여당이 내놓은 것은 고액 과징금 법안이었다. 필요할 때는 기업에 손을 내밀고 돌아서선 제재를 강화하는 이율배반적 태도가 벌써 몇번째인가.

건설업계가 처한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산안법 강화에 더해 건설안전특별법까지 제정되면 사망사고 발생 시 매출의 3% 과징금이나 1년 영업정지가 가능해진다. 이미 사고 한 번이면 전국 현장이 일제히 멈추는 구조에서 과징금까지 더하면 중소건설사는 물론 대형사조차 버티기 어렵다. 올해 6월 이후 중대재해 사고로 중단된 현장은 289곳에 달한다. 규제가 안전을 위한 것인지, 건설업을 옥죄기 위한 것인지 분간이 힘든 상황이다.

물론 안전은 최우선 가치다. 그러나 대안 없는 처벌 강화는 해법이 아니라 산업을 붕괴시키는 위험 요인일 뿐이다. 건설현장의 안전 강화를 위해선 과징금보다 적정 공사비와 공사기간 확보가 우선이다. 최저가 낙찰제와 촉박한 공기, 책임 구조의 모호함을 바로잡지 않으면 어떤 처벌도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중복 규제를 정비하고 실질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와 여당이 먼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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