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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1년 국가유산청은 검단신도시 아파트 시공사 3곳을 상대로 김포장릉이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잃을 수 있다며 경찰고발과 소송까지 제기했다가 결국 행정과실이 드러나 빈축을 샀다. 사진은 김포 장릉과 주변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 |
국가유산청, 검단 아파트 시공사 상대
종묘 유네스코 등재 취소 압박은 과장
되레 주먹구구 행정만 속속 드러나
[대한경제=임성엽 기자] “일괄 취소될 수 있습니다”
김현모 당시 문화재청장(국가유산청)은 지난 2021년 국정감사에서 김포 장릉 경관 훼손 시 조선왕릉이 통째로 등재취소 될 수 있다고 했다. 조선왕릉 40기는 지난 2009년 단일 코드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네스코는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어떤 의견 표명도 없다.
세운4구역의 종묘 경관 침해 논란과 관련해 국가유산청이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취소 가능성을 지나치게 부각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종묘는 경관 특수성으로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얻지도 않은데다, 실제 경관을 일부 침해한 김포 장릉에 대해선 유네스코가 등재취소는커녕, 우려의견 표명조차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20일 배현진 국회문화체육위원회 국민의힘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유네스코는 지난 2022년 6월, 인천 검단신도시 3개 아파트 입주 완료 3년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김포 장릉 세계문화유산 지위와 관련한 의견 표명도 일절 하지 않았다.
지난 2021년 국가유산청은 검단신도시 아파트 3곳이 “허가 없이 불법으로 건설해 김포장릉이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잃을 수 있다”며 경찰고발과 소송까지 제기하는 등 행정력을 총동원했다.
결과는 국가유산청의 참패였다. 우선 대법원까지 끌고 간 사법부가 건설사들과 수분양자들의 ‘누명’을 벗겨줬다. 위법한 건설이라고 했던 국가유산청이 되레 실제 법을 어긴 주체였다.
법원은 장릉 200m 밖의 건축물들은 문화재 역사문화환경보전 지역에 속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건설사와 인천도시공사, 인천서구청 손을 들어줬다.
당시 국가유산청의 법적대응은 행정참사라 불릴 만큼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다. 쟁점 다툼과정에서 국가유산청의 행정과실이 속속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2014년에 인천도시공사가 현상변경허가 신청 당시 검단신도시 건축물 최고 층수를 20~25층으로 기재했음에도 국가유산청은 착공 후 2년이 지난 2021년에야 위법성을 주장했다. 국가유산청은 감사원 감사 결과, 장릉 건축규제 관련 사항은 김포시에만 통보하고 관할 단체인 인천 서구엔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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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묘 정전 상월대에서 세운지구를 바라본 시뮬레이션(사업시행계획 인가 완료된 구역 추가) |
특히 국토교통부는 검단신도시를 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 20층으로 건설한다는 고시를 수차례 관보에 게재했음에도, 국가유산청은 의견개진을 않다가 이미 골조공사가 끝난 시점에 위법성을 주장했다. 오죽하면 지난 2022년 최응천 당시 청장이 “장릉 사태는 유구무언”이라며 “불찰을 인정한다”고 사과까지 했다.
유네스코가 김포 장릉 경관 침해와 관련해 별도 의견 표명이 없는 이유는 세계문화유산 구역 밖의 개발은 등재 취소 사유에 해당 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취소된 리버풀 해양무역도시는 문화재 자체였던 건물을 철거하고, 재개발해 취소됐다. 독일 드레스덴 엘베계곡 또한 세계문화유산 구역 내 신축다리를 건설하면서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가 직접적으로 훼손돼 취소됐다.
특히 국가유산청이 강조한 계양산의 조망은 국가유산청 훈령과도 배치된다.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건축행위 등에 관한 허용기준 작성 지침’에 따르면 능이나 원, 묘 조망침해는 내부 주요 조망점에서 안산(집터나 묏자리의 바로 맞은편의 산)이 조망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원거리의 조산(안산 뒤의 먼 산)인 계양산 전망은 고려되지 않는다.
국가유산청은 2007년 조선왕릉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신청을 할 때 이미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 조망경관을 훼손하고 있다고 기재했다. 이는 또 다른 조선왕릉인 선정릉 주변 250m 지점에 150m 이상 빌딩들이 들어서 있음에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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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문화유산인 강남 선정릉은 고층 건물들이 즐비한 GBD 권역 내에 있지만, 200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연합 |
이를 고려하면, 국가유산청이 4년 만에 또다시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취소 가능성을 언급해 국민감정을 호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포 장릉이나 선정릉 사례에서 보듯, 문화재 보존구역 내부의 직접적 개발행위가 없다면 등재 취소는 고려사항이 아님이 명백함에도 국가유산청이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잃을 것처럼 과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현진 의원은 “유네스코는 종묘를 건축적 미학을 중요시하고 높이 사,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며 “(세운4구역 개발과 관련해) 종묘는 특히 경관을 침해하지도 않고 경관 자체도 법적으로 문제 삼을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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