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해설] AI 거품 우려 걷어지나…남은 리스크는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5-11-20 17:48:07   폰트크기 변경      
품절대란 지속 vs 공급과잉 돌변 ‘공존’…버블 섞인 성장 국면

그래픽:대한경제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AI 생태계가 ‘버블(거품)’인지 ‘신성장 사이클 초입(초호황)’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점을 향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 발표(현지시간 19일)를 기점으로 글로벌 증시를 흔들어온 ‘AI 거품론’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시장 한쪽에선 빅테크가 앞다퉈 추진하는 초대형 LLM·데이터센터 투자가 결국 부채 부담과 수요 둔화를 부를 것이란 비관론이 여전히 거세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엔비디아의 매출 서프라이즈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재고 급감이 “AI 수요는 단기 피로감이 아닌 구조적 확장”이라는 판단에 힘을 싣고 있다.

“빅테크 부도보험까지 팔린다”…거품론이 주목한 경고등

AI 투자 경쟁이 심화될수록 시장의 불안 신호도 함께 커지고 있다. 월가에서는 최근 메타·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를 대상으로 한 신용부도스와프(CDS), 이른바 ‘부도 보험’ 거래가 급증했다. 2008년 금융위기 국면에서 주목받았던 상품이 다시 회자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여기에 아마존이 120억달러 규모 회사채 발행 계획을 내놓으면서 빅테크의 ‘빚투’ 우려에도 불이 붙었다. 알파벳(250억달러), 메타(300억달러), 오라클(180억달러) 등 올해만 2000억달러에 육박하는 회사채가 쏟아졌다. 결국 빅테크의 차입 기반 투자 전략이 지속 가능하냐는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는 셈이다.

AI 서비스 매출이 투자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경우 2026~2027년 일부 기업이 비용 조정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도 언급된다. GPU 공급 구조 역시 변수다. AMD·인텔에 더해 중국 업체들까지 내년 이후 대규모 물량을 시장에 풀기 시작하면, 현재의 ‘품절 대란’이 단숨에 공급과잉으로 뒤집힐 수 있다는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운영비 부담도 무겁다. 전력·냉각비 급등으로 운영비용(OPEX)이 향후 30~40%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GPU 구매 속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리콘밸리 대표 투자자들의 엔비디아 지분 매도,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의 “투자가 오버슈팅할 순간이 있다”는 발언 등도 거품 논란을 자극했다.

엔비디아 호실적·삼성·SK 재고 급감…“수요는 숫자가 증명했다”

이 같은 전망을 뒤흔든 건 엔비디아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시장 예상치(550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570억달러 매출(전년 대비 62% 증가)을 내놓으며 AI 업황에 대한 회의론을 일시에 묵혀버렸다. 젠슨 황 CEO는 “클라우드 GPU는 전량 매진 상태”라며 “AI 생태계는 이미 선순환 궤도에 올라섰다”고 말했다.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지표는 더 직접적이다. 삼성전자의 DS부문 재고는 27조원으로 2년 전보다 4조원 줄었고, SK하이닉스 재고비중은 13.4%에서 8.9%로 하락했다. 글로벌 D램 평균 재고는 3.3주(D램을 평균적으로 3.3주 동안만 보유)로 역대 최저치다. HBM 전환으로 일반 D램 공급이 줄어든 가운데 AI 수요가 폭발하며 공급망이 빠르게 조여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격도 가파르다. 2023년 저점 대비 D램 가격은 1.35달러에서 7달러로 5배 뛰었고, 낸드 가격도 2.18달러에서 4.35달러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9월 대비 11월 계약분에서 일부 메모리 가격을 최대 60%까지 인상한 것은 공급부족이 극심하다는 방증이다. 블랙웰 기준 HBM 원가 비중이 GPU의 60%에 달하는 만큼 GPU 출하량 증가는 곧바로 삼성·SK의 실적 개선으로 전이되고 있다.

실적도 이를 뒷받침한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률 47%를 기록하며 제조업에서 보기 힘든 수익성을 냈고, 삼성전자도 HBM3E·SSD 매출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엔비디아 → 데이터센터 → HBM → D램’으로 이어지는 AI 공급망이 실제 매출·현금 흐름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AI 투자 논쟁은 결국 단순한 ‘버블 vs 확장’ 구도가 아니다. 업계는 지금이 과열과 실수요가 공존하는 과도기, 즉 ‘버블이 섞인 성장’ 국면에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낸드·D램·HBM 가격과 재고 흐름을 보면 AI는 이미 실제 돈을 버는 산업”이라며 “특히 빅테크를 고객으로 둔 엔비디아와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최소 향후 1~2년간 AI 투자 경쟁의 최대 수혜자로 자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화영 기자 doroth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산업부
심화영 기자
dorothy@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