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조타실 이탈ㆍVTS 관제 구멍
“선박 운항 체계 대대적 개선 시급”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전남 신안군 장산도 인근 해상에서 대형 카페리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무인도에 좌초한 사고의 원인이 항해사의 휴대전화 사용 등 운항 과실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 선박 운항 체계 전반에 대한 책임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일등 항해사와 조타수 등을 긴급 체포하고 선장을 입건하는 등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 해경은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관제 부실 여부까지 수사 선상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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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후 8시 17분께 전남 신안군 장산도 남방 족도에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좌초돼 해경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20일 해경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16분쯤 제주에서 출발해 목포로 향하던 퀸제누비아2호는 협수로 구간에서 변침 시점을 놓치고 약 1600m를 직진하다 무인도에 선체 절반이 걸터앉는 형태로 좌초했다. 당시 배에는 승객 246명, 승무원 21명 등 267명이 타고 있었다.
해당 구간은 선박이 자동항법장치를 끄고 수동 조종으로 전환해야 하는 위험 항로지만, 일등 항해사 A씨는 사고 당시 휴대전화로 뉴스를 검색하느라 무인도를 100m 앞두고서야 이를 알아차린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처음에는 조타기 이상을 주장했지만 이후 스마트폰 사용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타실에 함께 있던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 B씨 역시 자동항법장치를 수동으로 전환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임무를 수행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 해경은 두 사람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하고 있으며,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
사고 당시 선장은 근무 시간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타실을 비운 상태였지만, 해경은 협수로 같은 위험 해역에서는 선장이 직접 조타실에서 지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고 형사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번 사고의 배경으로는 VTS의 관제가 부실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배가 약 3분간 정상 항로를 벗어나 고속으로 이동했지만, 관제사가 이탈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관제사는 좌초 직후에도 배에서 직접 신고하기 전까지는 사고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관제사는 총 5척의 선박을 담당하고 있었고, 비관제 대상 어선도 다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성윤 목포광역해상교통관제센터장은 “VTS를 통해 여객선으로부터 신고를 접수한 뒤 좌초 사실을 인지했다”며 “사고 지점과 통상 항로의 거리가 매우 가까웠고, 고속 항해 중이어서 관제사가 교신하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흡한 점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관제 업무를 책임지는 입장으로써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수사 과정에서 조사가 이뤄질 것이고, 관제 책임은 그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경은 항해기록장치(VDR)와 CCTV 영상 등을 확보해 사고 경위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 사고 당시 승객 일부가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행히 큰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항해사ㆍ조타수의 부주의는 물론 선장의 부재, 관제센터의 모니터링 실패가 겹치며 ‘예견 가능했던 대형 사고’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해경은 휴대전화를 보면서 운항을 소홀히 한 혐의(중과실치상)를 적용해 A씨와 B씨를 긴급 체포했다. 해상 관제 체계, 선사 안전관리 규정, 위험 협수로 운항 절차 등 선박 운항 체계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 논의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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