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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 석탄, 원전 부지로”…떠오르는 ‘C2N’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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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1-24 06:41:24   폰트크기 변경      
40년 넘게 가동한 글로벌 석탄 설비 250GW

美ㆍ中 등 기존 부지 원전ㆍSMR 건설에 활용
건설비ㆍ전력망ㆍ수용성 편익 막대…“국내서도 C2N 검토해야”


그래픽: 김기봉 기자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노후 석탄발전소를 원전으로 전환하는 ‘C2N(Coal-to-Nuclear)’ 전략이 글로벌 에너지 전환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지와 청정 전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23일 국제원자력기구(IAEA)ㆍ에너지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40년 넘게 가동 중인 석탄발전 설비는 약 250GW에 달한다. 이들 노후 석탄발전기는 미국ㆍ유럽 등에 집중돼 있는데, 탄소감축 정책과 설비 안전성 등을 이유로 폐쇄 압력이 커지고 있다.

석탄발전소는 해외 선진국에서도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보장하고, 지역 내 대규모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점진적 전환이 필수적이다. 이에 기존 발전소 부지 및 설비를 영구폐쇄 하는 대신 신규 원전 건설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대표적인 나라는 미국이다. 미 원전기업 테라파워는 올 연말 폐쇄 예정인 와이오밍주의 노턴 석탄발전소 부지 인근에 원전을 건설하는 ‘나트리움(Natrium)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신규 원자로 실증프로그램을 통해 테라파워를 지원하고 있다. 전환이 완료되면 345㎿급 소듐냉각고속로를 통해 최대 25만 가구가 사용할 전력을 생산 가능하다.

중국 하이양에서는 미분탄보일러 12기를 원전 2기로 대체하는 현대화 사업을 완료했다. 기존 석탄가루를 연료로 쓰는 보일러를 1170㎿ 원자로 2기로 대체해 지역의 난방 시스템을 대체한 사례다. 이를 통해 겨울철 대기질이 개선되고, 난방요금 인하로 약 600만 위안(약 12억원)의 비용이 절감됐다.

이밖에 캐나다ㆍ핀란드ㆍ루마니아ㆍ슬로바키아 등에서도 노후 석탄을 대형원전 또는 소형모듈형원전(SMR)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C2N 전략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구분된다. 우선 석탄 보일러만 원자로로 교체하고 증기터빈과 기타 인프라는 유지하는 방식이다. 가장 많은 설비 재활용이 가능하나 기술적으로 까다롭다.

두 번째는 모든 설비를 해체하고 부지와 전력망만 활용하는 방식이다. 가장 보수적이지만 안전하다. 절충안으로는 보일러ㆍ증기터빈을 교체하되 냉각시스템ㆍ송전설비 등은 보존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C2N 전략이 주목받는 이유는 경제적 편익 때문이다. 원전은 석탄발전소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면서 발전소에서 일하던 숙련공을 활용 가능하다. 또한, 기존의 전력ㆍ열공급망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규 건설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장점이 있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보통 석탄발전소를 대체하는 대안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생각하는데, LNG는 원료 가격이 비싸고 온실가스도 배출한다. 원전은 무탄소 전원일 뿐만 아니라, 전력 생산비용이 저렴하다”며 “기존 설비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원전은 석탄 전환의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韓, 탈석탄동맹 가입…15년 내 석탄 40기 폐쇄 공식화
“대형원전이 아니더라도 SMR 등 경제적 전환 가능”


그래픽: 김하나 기자


한국도 1970∼80년대 건설된 석탄화력발전소의 단계적 폐쇄가 예정된 만큼, 원자력발전소로의 전환인 ‘C2N(Coal-to-Nuclear)’ 전략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운영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는 총 61기다. 올해 1월 상업운전에 들어간 삼척블루파워를 마지막으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은 중단되며, 사용연한(30년)이 지난 발전기는 순차적으로 폐쇄 수순을 밟는다.

이에 따라 현재 가동을 멈춘 발전소도 상당수다. 보령1∼2호기(1000㎿), 호남1∼2호기(600㎿), 삼천포1∼2호기(1120㎿), 평택기력1∼4호기(1400㎿) 등이 멈췄다. 이들 석탄화력은 친환경 발전소로 전환되거나 해체 후 철거 절차에 들어갈 예정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곳도 있다. 설비 전환의 용이성 등으로 LNG(액화천연가스)로 전환이 우선 검토되지만, LNG는 석탄 대비 전력 생산비용이 비싸다.

이 와중에 정부는 최근 탈석탄동맹(PPCA)에 가입해 2040년까지 석탄발전 40기 폐쇄 계획을 국제사회에 공식화했다. C2N 전략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만한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석탄발전소를 원전으로 전환하면 기존 전력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대용량 송전선과 변전설비가 이미 구축돼 있고, 냉각수 취수ㆍ배수 시설도 활용 가능하다. 또한 두 발전소 모두 냉각수로 사용할 대량의 물이 필요한데, 보통 해안가나 큰 강 근처에 위치해 수급이 용이한 장점도 존재한다.

입지 조건도 유사해 전환 시 크게 손볼 일은 없다. 석탄화력과 원전은 대용량 발전설비라 넓은 부지에 안정적인 지반 여건이 요구된다.

나아가 대규모 발전소 건설에 가장 중요한 주민수용성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대형발전소의 전환은 완전 폐지 및 신설과 접근법이 다르다. 또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2040년 탈석탄 목표를 공식화한 상태에서 이전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전력을 생산하려면 원전으로의 전환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꼭 대형원전이 아니더라도 화력발전소와 용량이 비슷한 SMR(소형모듈원자로) 등을 통해 안전하면서 경제적인 전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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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기술부
신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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