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조달에 갇힌 카드자금… 부동산 대신 신산업으로 돌려야
자금조달 다변화·ESG 투자 등 신성장동력 마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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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지용 상명대 교수가 2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KOCAS Conference 2025'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최장주 기자 |
[대한경제=최장주 기자] 조달비용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카드업계가 자금조달 방식 혁신을 통한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회사채 및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규제를 완화하고, 스테이블코인과 AI 기술을 활용한 결제시장 경쟁력 제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한국신용카드학회는 2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KOCAS Conference 2025’를 개최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카드사가 창출하는 가치와 생태계 혁신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레버리지 비율을 1배 완화한 결과 카드업권 전체의 자금 공급 능력이 약 54조원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며 “확보된 자금이 혁신기업, 벤처·스타트업, 첨단산업 등에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카드사들은 조달비용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카드사들의 회사채 의존도는 약 72%에 달해 금융시장 변동성에 매우 민감하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시장금리 하락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돼, 카드사 여신전문금융채권 금리는 당분간 3%대가 지속될 전망이다.
서 교수는 “비싼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면 기대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위험투자를 확대하게 된다”며 “조달비용 증가로 카드사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좇는 위험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자산유동화증권(ABS) 확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발행, 해외 신디케이트론 등 비전통적 조달수단을 적극 활용해 조달비용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서 교수는 “해외 카드사들이 이미 생산적 금융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며 “국내 카드사들도 부동산으로 흘러가던 자금을 혁신적 기업 투자로 돌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AI 에이전트 시대 대응을 위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윤종문 여신금융협회 여신금융연구소 팀장은 “AI 에이전트가 본격화되면 사용자가 아닌 AI가 최적의 상품을 찾아 결제까지 수행하는 구조가 등장할 것”이라며 “인증·부정 방지·책임 분쟁 체계 등 결제 인프라 전반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팀장은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이 플라스틱 카드 중심으로 정의돼 있어 모바일·전자적 지급수단을 포괄하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카드사가 간편결제 사업자와 경쟁하기 위해 지급결제용 계좌 활용과 슈퍼 애플리케이션 전략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을 위한 제도화 방안도 논의됐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가장 기술이 발달해 있고 결제를 관여하는 카드업권이 먼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토록 해야 한다”며 “스테이블코인과 금융권 융합 시 거래 단계가 간단해지면서 정산이 빨라지고 수수료도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자사 네트워크에 적용해 가맹점 결제를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우려 사항으로 지적하며, 디지털자산기본법상 발행사 자본금 요건을 현행 5억원에서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장주 기자 cjj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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