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호윤 기자] 미국 제약기업 일라이 릴리가 비만약을 필두로 제약바이오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며 글로벌 제약시장을 강타한 가운데, 업계는 벌써 ‘다음 블록버스터’에 주목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ㆍ매시) 치료제다.
26일 시장조사기관 델브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MASH 치료제 시장은 2034년까지 2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유진투자증권은 보다 공격적으로 2030년까지 약 40조원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했다. MASH가 비만, 당뇨병과 같은 대사질환과 직접 연관돼 있어 비만치료제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MASH는 전 세계 성인 인구의 약 5~7%, 절대 인구로는 약 4억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성 간질환이다. 문제는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만 봐도 상황은 심각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MASH 환자는 약 40만6000명으로 2010년 21만명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관련 요양급여 비용도 155억원에서 583억원으로 급증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젊은 층의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FLD) 증가 추세다. 대한내과학회지 연구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 NAFLD 발생률은 1.87%에서 4.47%로, 유병률은 10.49%에서 17.13%로 상승했다. 특히 20대 군 복무 남성의 NAFLD 유병률이 10.66%에서 16.44%로, 10~18세 청소년은 8.17%에서 12.05%로 증가해 비만과 대사질환이 젊은 연령층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MASH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간에 지방이 축적되면서 염증과 섬유화가 진행되는 질환으로 그 근본 원인이 비만, 인슐린 저항성,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대사 이상에 있다. 실제로 대한간학회는 과거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이라 불렸던 이 질환을 대사질환과의 연관성을 명확히 하기 위해 ‘대사이상지방간염(MASH)’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MASH를 방치할 경우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어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그러나 그동안 승인된 치료제가 없어 대표적인 ‘미충족 의료 수요’ 영역으로 꼽혀왔다.
현재까지 미국 FDA 승인을 받은 MASH 치료제는 단 2종에 불과하다.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의 ‘레즈디프라’가 지난해 3월 세계 최초로 승인받았고, 올해 8월에는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MASH 적응증 확대 승인을 받았다.
레즈디프라의 시장 성과는 놀랍다. 지난해 4분기에만 1억300만 달러(약 13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출시 약 9개월간 누적 매출은 1억8000만 달러(약 2410억원)에 달했다.
다만 두 약물 모두 간경변 전 단계 환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어, 후기 환자용 치료제 개발이 시급하다.
MASH 시장의 잠재력은 글로벌 빅파마들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입증되고 있다. 올해만 노보노디스크가 아케로 테라퓨틱스를 약 7조6700억원에, 로슈가 89바이오를 최대 5조1600억원에 인수하는 등 대형 딜이 잇따랐다.
노보노디스크가 인수한 아케로의 ‘에프룩시퍼민’은 임상 2b상에서 MASH 악화 없이 섬유화를 최대 75% 개선하고, MASH 관해율 62%를 달성하며 레즈디프라를 크게 앞서는 성적을 기록했다. 로슈가 인수한 89바이오의 ‘페고자페르민’도 후기 임상 단계에서 긍정적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이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MASH를 비만·당뇨와 함께 ‘대사질환 토털 설루션’의 핵심 축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다. 비만치료제로 시장을 주도하는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이미 MASH 치료제 개발에도 적극 나서며 대사질환 전반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만치료제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관련 질환인 MASH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비만, 당뇨, MASH를 아우르는 대사질환 토털 설루션 제공이 차세대 전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FDA 승인을 받은 2개 치료제 외에도 다양한 기전의 후보물질들이 임상 후기 단계에 진입하며 2027년부터 시장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FDA가 비침습적 평가지표 도입을 검토하면서 신약 개발 속도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김호윤 기자 khy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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