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물적분할 후 HD현대케미칼과 합병안 승인심사 신청…최대 110만t 감축 전망
김정관 장관 “데드라인 연장 없다…연내 미제출시 지원 배제” 재차 압박
울산ㆍ여수 산단, 합병 논의 속도 전망
![]() |
|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 / 롯데케미칼 제공 |
[대한경제=김희용 기자]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 내 나프타분해시설(NCC) 통폐합을 공식화하며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사업재편이 물꼬를 텄다. 정부가 제시한 구조조정 ‘데드라인’이 올 연말까지라는 점에서 사업재편을 둘러싼 업계의 논의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26일 양사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에 공동 사업재편계획 승인 심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이 대산공장을 물적분할한 뒤 신설 법인을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방식이다.
이번 합병안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수요 둔화로 위기에 빠진 석화업계의 첫 구조조정 사례다.
양사는 NCC 설비 등 석유화학제품 생산에 관한 일원화된 운영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합병이 이뤄지면 대산 산업단지 내 석유화학 제품 생산 기능이 단일 체계로 운영돼, 생산ㆍ공정의 일관성과 운영 안정성이 높아져 사업재편 전반의 실효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양사는 기대했다.
현재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은 에틸렌 기준 연산 110만t, HD현대케미칼은 85만t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정부 승인 후 세부 감축 규모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노후 설비 셧다운을 통해 최대 110만t 규모 감축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 8월 업계가 자율협약을 통해 제시한 총 감축 목표 270만~370만t의 약 30%에 달한다.
이번 결정 배경에는 한계에 다다른 재무 압박이 자리잡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 3분기 누적 연결 영업손실 5096억원을 기록했으며, HD현대케미칼의 부채비율은 9월말 기준 372.3%까지 치솟았다.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도 속도전에 불을 지폈다. 정부는 지난 8월 20일 국내 석유화학 기업이 사업재편을 위한 자율 협약을 맺은 이후 지속적으로 업계에 구조조정안을 제출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지금이 마지막 기회로, 연말까지가 골든타임”이라며 “업계가 이번 골든타임을 허비한다면 정부와 채권금융기관도 조력자로만 남기는 힘들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날도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여수 국가산업단지를 방문해 ‘여수 석유화학기업 사업재편 간담회’를 열고 NCC 보유 석화기업들의 신속한 사업재편을 거듭 촉구했다.
김 장관은 “정부가 발표한 사업재편계획서 제출 기한은 12월말”이라며 “시한을 맞추지 못한 기업은 정부 지원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특히, 김 장관은 “제출 기한 연장은 없다”며 “대산이 포문을 열었다면 여수는 사업재편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 9월에도 울산 석유화학산업단지를 방문, 간담회를 열어 현장 압박에 나선 바 있다.
이번에 ‘1호 재편안’이 나오면서 여수와 울산 산단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국내 에틸렌 생산의 절반인 626만t을 담당하는 여수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가 NCC 통합 방안을 논의 중이다. 울산에서는 SK지오센트릭ㆍ에쓰오일ㆍ대한유화가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자문을 맡겨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선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합의안을 도출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번에 합의안을 도출한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국내 산단 중 가장 먼저 설비 통합 및 감축에 대한 논의가 상세히 진행됐지만, 울산과 여수는 개별 업체들 간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산업단지 차원의 사업구조 재편의 경우, 각 업체의 사업구조 및 재무부담 수준이 다르고, 한 업체의 설비 폐쇄와 생산능력(CAPA) 감축이 다른 업체의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어 참여 업체 간 합의를 도출하는 데에 예상보다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희용 기자 hyong@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