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무임손실액 4135 vs 국비지원 ‘0원’
“현장인력 1000명 부족, 안전공백 심화”
3개 노조 파업 채비…12월 교통대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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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연합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서울교통공사의 재정 악화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연말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무임수송 손실과 전기요금 상승, 인력감축 압박이 맞물리면서 한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자금과 인력 부족으로 서울시민의 출퇴근길 안전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26일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 서울시의회 보고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말 공사의 부족자금은 3045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약 1500억원은 서울시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서 전출해 기존 공사채 상환에 투입될 예정이지만 여전히 1545억원가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부족분에는 직원 급여ㆍ퇴직금 등 인건비뿐 아니라 지하철 운행을 위한 전기요금 등 필수 경상비가 상당 부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공사 내부 직원들은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이 연말에 받는 퇴직금 일부 정산을 재정난으로 3월로 미뤘다고 들었는데, 최근에는 6월까지 연기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며 “사실상 ‘임금 체불’, 2021년 코로나19 시절에도 거론됐던 ‘모라토리엄’ 위기가 다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공공연하다”고 전했다.
재정 악화의 핵심에는 공사와 노조가 공통적으로 지목해온 ‘무임수송 손실’이 있다. 지난해 공사가 떠안은 무임손실액은 4135억원이다. 법률에 근거한 복지정책이지만 중앙정부는 수십년째 국비 지원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반면 코레일은 최근 7년간 1조2000억원을 보전받았다. 공사는 “국가가 만든 의무비용을 지자체 도시철도만 계속 떠안는 구조가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지난 24일 ‘지하철 무임손실 국비지원’ 국민동의청원이 5만명을 넘기며 국회 해당 상임위 회부가 결정된 것도 이런 위기감에서 출발했다. 현재 22대 국회에는 도시철도법 개정안, 노인복지법ㆍ장애인복지법 개정안 등 무임손실 국비 지원을 골자로 한 4개 법안이 계류 중이다.
그러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여전히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도시철도법 개정안을 발의한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에 국토위 예산안을 올릴 때 부대의견으로 올리는 등 도시철도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러나 쟁점법안들이 줄줄이 밀려 있고, 기재부에서 반대입장이 명확해 논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여야 의원들이 개정안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테이블에만 올리면 협의에는 탄력이 붙을 수 있다”며 “결국 기재부와의 협의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국회 문턱을 넘어 내년 추경 때라도 관련 예산을 편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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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25일 서울시청 앞에서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및 총파업 예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사진 : 연합 |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구조적 문제 해결보다는 인력 감축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공사에 2026년까지 정원 2212명 감축을 목표로 하는 경영 효율화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올해만 정년퇴직자가 488명, 장기 결원 보충 필요인력이 460여명에 달해 현장에서는 1000명 이상 인력이 부족한 상태라는 게 노동조합의 지적이다. 조합 측은 “무임손실 방치는 그대로 두고 공사 인력부터 줄이라는 것은 서울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실제로 현장 공백은 곧바로 안전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공사 신규 채용이 사실상 중단되며 승무ㆍ정비ㆍ시설 분야 교대근무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공사가 지난 6월 직원 29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는 65.29%가 ‘현장 인력 부족’을 최대 안전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 ‘안전 매뉴얼대로 근무할 수 있다’는 응답은 10%에 미치지 못했다.
공사 제1노조는 “작년 홀로 전기 작업을 하다 감전사로 사망한 전기 분야도 인력 충원 약속이 오리무중”이라며 “열차 운행을 담당하는 승무 분야는 100여명 넘는 결원 탓에 대체근무가 일상화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공사는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 1500억원 규모 공사채 상환을 위한 출자동의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시의회에 따르면 누적 공사채는 2018년 이후 4조2480억원, 2025년 당기순손실 전망치는 7920억원, 누적결손금은 19조7142억원, 부채비율은 149%다. 행정안전부의 공사채 승인 기준(130%)을 이미 넘어 추가 차입이 쉽지 않은 상태다.
한편 최근 공사에서는 제1노조뿐 아니라 한국노총 소속 제2노조, 이른바 ‘MZ 노조’로 불리는 제3노조 올바른노조까지 모두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가결되며 세 노조가 모두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다. 세 노조는 다음달 12일 총파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김광호 기자 kkangh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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