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물류업체 사무실 냉장고에서 초코파이를 꺼내 먹었다가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비원 A씨에 대한 1심의 유죄 판결이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이대로 판결이 확정된다면 A씨는 2년 가까이 뒤집어쓴 범죄의 누명은 물론, 해고 위기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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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지방법원 청사/ 사진: 전주지법 제공 |
전주지법 형사항소2부(재판장 김도형 부장판사)는 27일 절도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에서 벌금 5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수사 단계부터 물류회사 탁송 기사와 보안업체 직원 등 39명의 진술서가 제출됐다”며 “탁송 기사들은 보안업체 직원들에게 ‘배고프면 사무실에서 간식을 먹어도 된다’고 했고 실제 보안업체 직원들은 야간 근무 중 간식을 먹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의 사건이 있기 전에는 사무실에서 보안업체 직원들이 간식을 먹은 게 문제가 된 적이 없다”며 “다른 직원 39명이 (피고인과 같이) 수사를 받을 위험을 무릅쓰고 냉장고에서 간식을 꺼내 먹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은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러한 사정 등에 비춰볼 때 당시 피고인에게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따라서 탁송 기사들로부터 냉장고에 있는 간식을 먹어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피고인은 탁송 기사들이 초코파이를 제공할 권한이 있다고 충분히 착오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오전 4시쯤 전북 완주의 B사 사무실 냉장고 안에 있던 초코파이 1개(시가 450원)와 카스타드 1개(600원) 등 모두 1050원 상당의 물품을 몰래 가지고 가 절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검찰의 약식기소에 이어 법원도 벌금 5만원의 약식명령을 발령했지만, A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유죄를 받으면 회사에서 해고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수사ㆍ재판 과정에서 A씨는 “탁송기사들로부터 평소 ‘냉장고에 있는 간식을 가져다 먹으라’는 말을 듣고 초코파이 등을 가져간 것”이라며 절도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A씨에게 절도의 고의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약식명령과 마찬가지로 벌금 5만원을 선고했다.
1심은 “A씨가 B사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원으로부터 직접 ‘간식을 가져다 먹어도 좋다’는 말을 들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A씨는 탁송기사들이 B사 직원이 아니고, 탁송기사들에게 B사 사무실 안에 있는 냉장고 속 물품에 대한 처분 권한이 없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A씨에게 동종 전력(같은 종류의 범죄로 처벌받은 이력)이 있는 점과 피해자인 B사 소장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이후 A씨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재판은 2심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2심 재판 과정에서 ‘고작 초코파이 하나 훔쳐먹었다고 기소해 처벌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노동계는 A씨를 ‘현대판 장발장’이라고 부르며, 2심 무죄 선고와 하청업체 직원에 대한 노동 탄압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검찰도 이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자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어 시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검찰시민위는 주로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에 대한 수사나 기소 여부, 영장 청구 등의 적정성을 심의한다.
검찰시민위 위원 다수는 ‘선고유예 구형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고, 검찰도 이를 받아들여 2심 결심 공판에서 A씨에 대해 선고유예를 구형했다.
선고유예란 범행이 가벼운 피고인에게 2년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대신 특별한 사고 없이 지내면 처벌을 면제하는 일종의 ‘선처’다.
검찰의 상고 여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2심 판결 직후 검찰은 “일단 판결문을 보고 나서 상고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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