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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30년] 자치역량의 거울 ‘생활체육’, 도봉구의 아침을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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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2-02 06:01:05   폰트크기 변경      

체육회 독립 청사 직원들 처우개선 

자치구 최초 체육지도자 호봉제 도입 


32개 종목단체ㆍ1.3만명 동호인 활동 

구민 취향 맞춤 ‘체육 다양성’ 보장 


유아부터 장년까지 접근성 확대 

500억 도봉스포츠파크 건립 추진


서울 도봉구 중랑천 뚝방길에 조성된 맨발길(걷고 싶은 길)을 걷고 있는 구민들. / 사진 : 도봉구 제공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새벽 햇빛이 중랑천 흙길을 비추면, 도봉구 주민들의 하루는 맨발 한 걸음에서 시작된다. 걷기 지도자 자격을 갖춘 생활체육지도자가 발끝을 잡아주고, 주민들은 두 시간 동안 흙의 촉감에 걸음을 맞춘다. 

민선 8기부터 도봉구는 생활체육을 단순한 ‘보너스 복지’가 아니라 자치 역량을 가늠하는 척도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대한경제>는 지방자치 30주년을 맞아 ‘내 삶을 바꾼 풀뿌리 민주주의’를 조망하고 있는데, 이번 편에서는 생활체육으로 일상의 변화를 이끌어온 도봉구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도시는 큰 개발보다 작은 움직임에서 다시 태어난다는 사실을, 도봉구만큼 명확히 보여준 곳도 드물다.


체육회 新청사와 호봉제…기반을 세운 “생활체육 행정”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초안산 근린공원 맨발걷기 교실 참여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 사진 : 도봉구 제공 


도봉구의 생활체육은 ‘기반을 세우는 일’에서부터 다시 출발했다. 3년 전, 구는 생활체육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행정의 안정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당시 도봉구체육회는 제한된 공간에서 업무를 이어가며 회의나 행사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이는 체육 행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필요성을 환기했다.

여러 차례의 검토와 조율 끝에 2023년 11월, 도봉구체육회는 독립된 청사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도 선도적인 사례로 꼽히는 이 조치는, 생활체육 행정이 보다 자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 종목단체 활동과 회의, 각종 대회 준비까지 한 공간에서 처리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면서, 체육회는 ‘도봉 생활체육 컨트롤타워’ 역할을 본격적으로 수행하게 됐다.

도봉구는 공간만 바꾸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체육회 직원들의 처우 개선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발전의 열쇠라고 보고,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생활체육지도자 호봉제를 도입했다. 공무원 급여체계를 준용해 경력과 연차에 따른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면서, 직원들이 직업적 안정감과 전문 행정가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했다. 호봉제 시행 이후 체육회 내부 조직문화는 눈에 띄게 달라졌고,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는 곧바로 구민 생활체육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참여중심 생활체육 동호인 1만3000명 


이후 도봉구 생활체육은 구민 ‘참여 중심’으로 방향을 잡았다. 현재 도봉구체육회에는 32개 종목단체341개 클럽ㆍ1만3003명의 동호인이 있다. 이 가운데는 외발자전거ㆍ이종격투기ㆍ댄스스포츠처럼 흔히 주목받지 못한 종목도 있다. 도봉구는 이들을 구청장배ㆍ협회장배 대회로 꾸준히 지원한다. 


특히 단순 대회 개최가 아닌, 모든 구민이 관심과 취향에 맞는 종목을 즐길 수 있도록 ‘체육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지방자치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참여 확대는 곧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2025년 서울시민체육대축전에서 도봉구는 종합 3위라는 쾌거를 달성했으며, 같은 해 전국생활체육대축전에서는 도봉구게이트볼협회가 우승컵을 차지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지역 특성에 맞춘 파크골프장은 구에서 가장 호응이 크다. 창동 796번지 일대 녹천교 하류에는 6홀, 1902㎡ 규모의 파크골프장이, 도봉동 다락원 체육공원 맞은편에는 9홀 3444㎡ 규모의 파크골프장이 들어섰다. 무료 강습과 자율이용제를 병행하며,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걸으며 즐길 수 있는 생활체육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아침마다 동네 곳곳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광장체조교실’도 도봉 생활체육의 얼굴이다. 중랑천변과 초안산근린공원 등 17곳에서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1시간씩 열리는 이 교실에는 연간 약 1300명이 참여한다. 구는 스피커ㆍ조명 교체와 바닥 보수로 환경을 손보고, 오랫동안 동결됐던 강사료도 조정해 지도자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365일, 유아부터 장년까지’ 


도봉구는 비인기 종목에도 균형 있는 체육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 2025년 서울시민체육대축전에서 종합 3위를 기록했다. / 사진 : 도봉구 제공 


생활체육이 ‘365일, 유아부터 장년까지’ 이어지기 위해 도봉구는 시설 개선과 접근성 확대에도 공을 들였다. 겨울철에는 생활체조 교실의 실내 대관을 지원해 어르신들이 12~2월에도 운동을 이어갈 수 있게 했다. 체육시설 접근성 확대도 도봉식 생활체육을 대표한다. 중ㆍ고등학교 운동장 사용료 30% 지원, 덕성여대 운동장·풋살장 감면(70~80%) 협약은 ‘집 가까운 운동장’을 현실로 만들었다.

도봉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큰 도약을 준비 중이다. 도봉구는 도봉동 438번지 일원에 도봉 스포츠파크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도봉 스포츠파크는 약 3만2600㎡ 대지에 축구장, 풋살장, 배드민턴장 등을 포함한 대규모 실외체육시설로 계획되고 있다. 이를 위해 예산은 500억 원 넘게 투입될 예정이다. 지난 9월 ‘기본설계 및 타당성 조사 용역’에 착수했으며, 오는 12월 그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생활체육은 지방자치의 성숙도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말한다. 생활체육의 현장을 촘촘히 세우고, 이를 모든 주민의 일상으로 연결하는 과정이 곧 자치의 수준이라는 그의 철학이 도봉이 지난 몇 해 쌓아온 정책의 결을 통해 눈으로 확인되고 있다.

전국 첫 브레이킹 실업팀 창단…훈련장ㆍ장비 등 전폭 지원

거리의 춤 도봉구 대표팀으로 


도봉구는 전국 최초로 브레이킹 실업팀을 창단했다. 사진은 지난 10월 김홍열(금), 오철제(동) 선수의 수상을 기념해 찍은 단체 사진. / 사진 : 도봉구 제공 


브레이킹은 오래도록 거리의 춤으로 불렸다. 빠른 회전과 정지, 몸의 균형을 쓰는 이 움직임은 도시의 에너지와 젊은 감각을 그대로 품는다. 2023년 9월, 도봉구는 전국 최초로 브레이킹 실업팀을 창단했다. 단순한 이벤트 팀이 아니라, 구가 책임지고 지원하는 ‘도봉 대표팀’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컸다.

도봉구는 화제를 소비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브레이킹팀이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최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전폭 지원에 나섰다. 이를 위해 총 7억여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훈련장 임차, 장비 및 피복, 국내외 대회 참가 등 선수들이 훈련과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이 뒷배를 맡는 구조다.

결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도봉 브레이킹팀은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레드불 BC원 우승, 2024년 파리올림픽 본선진출 등 세계무대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10월에는 김홍열, 오철제 선수가 부산 전국체전에 서울시 대표로 출전해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비인기 종목’으로만 취급되던 브레이킹이 도봉에서는 구의 이름을 알리는 간판 종목이 된 셈이다.

도봉구가 브레이킹팀에 기대하는 역할은 메달 획득에 그치지 않는다. 이 팀은 어린이날, 각종 지역 축제, 구 대표 행사에서 공연과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구민과 만나며, 생활체육과 전문체육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TV 속 올림픽 종목이 아니라, 바로 동네 체육관에서 볼 수 있는 ‘우리 동네 선수들’이라는 경험이 구민들의 눈높이를 바꾸고 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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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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