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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럭시 Z 트라이폴드(Galaxy Z TriFold). 심화영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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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럭시 Z 트라이폴드(Galaxy Z TriFold)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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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럭시 Z 트라이폴드(Galaxy Z TriFold). 심화영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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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2일 삼성 강남에서 열린 갤럭시 Z 트라이폴드 미디어 행사에서 Q&A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삼성전자 MX사업부 스마트폰PP팀장 강민석 부사장, 삼성전자 한국총괄장 임성택 부사장, 삼성전자 MX사업부 스마트폰개발2팀장 김성은 부사장. /사진:삼성전자 |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스마트폰 시장에서 ‘혁신’이라는 단어는 이미 닳았다. 바형 스마트폰은 더 얇아질 곳도 없고, 카메라는 더 이상 초고화소가 놀랍지 않다. 그래서 폴더블이 나왔고, 이제는 폴더블도 6세대·7세대에 접어들며 신선도가 떨어지고 있다. 그때 삼성전자가 꺼낸 카드는 ‘두 번 접는 폰’, 갤럭시 Z 트라이폴드다. 직접 열어 본 순간의 느낌은 이렇다. “이쯤 되면 폰이 아니라 접히는 컴퓨터다.”
갤럭시 Z 트라이폴드는 듀얼 인폴딩 구조, 즉 화면을 양쪽으로 ‘ㄱ’자 형태로 접는 방식이다. 경쟁사인 화웨이가 ‘인폴딩+아웃폴딩’ 혼합을 택해 어느 면이든 접히는 구조였다면, 삼성은 디스플레이 내구성에 올인한 순수 인폴딩을 고집했다. 덕분에 완전히 펼치면 253mm(10형) 화면이 나타난다. 수치만 보면 갤럭시탭 S9 소형 모델과 비슷한 크기다. 실제로 웹서핑이나 문서 편집을 해 보면 ‘스마트폰을 킨 건지 태블릿을 킨 건지’ 헷갈릴 정도다.
반대로 접으면 ‘갤럭시 Z 폴드7’과 거의 동일한 크기의 6.5형 바폰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두 번 접었는데도 두께가 폴드7(접었을 때 약 8.9mm, 펼쳤을 때 약 4.2mm)과 큰 차이가 안 난다’는 점이다. 펼쳤을 때 최박부 두께는 3.9mm, 접었을 때 두께는 12.9mm다. 262g인 갤럭시 Z 폴드7보다 약간 무겁지만(약 309g), 두 번 접히는 구조라는 점을 감안하면 설계가 상당히 공격적으로 들어갔다.
트라이폴드를 써 보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멀티태스킹 경험이 아예 다른 차원이다. 삼성이 이번에 강하게 밀고 있는 부분도 ‘스마트폰 3개를 동시에 쓰는 느낌’이라는 포인트다. 10인치 화면에서 정확한 3분할 멀티윈도우를 지원해 각 앱 사이즈 자유조절이 가능하다. 출장을 가는 기내에서 화면 왼쪽엔 원고, 가운데엔 메신저, 오른쪽엔 이메일을 열어두고 동시에 작업했는데, ‘태블릿 없이도 충분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야말로 생산성 기기다.
트라이폴드가 흥미로운 또 다른 이유는 AI 기능과의 궁합이다. 삼성 인터넷 앱에서는 원문의 웹페이지와 AI가 생성한 요약 및 번역 결과를 한 화면에 나란히 보여준다. 특히 제미나이 라이브는 카메라 영상을 보여주며 동시에 AI에게 질문할 수 있는데, 이것도 태블릿 환경에서 더 빛을 본다. 여기에 태블릿 버전 삼성 DeX가 처음으로 스마트폰에 들어갔다. 10인치 화면을 그대로 ‘PC UI’로 전환하는 경험은 기존 폴더블에서는 볼 수 없던 수준이다.
트라이폴드의 핵심은 단연 힌지다. 두 번 접히는 구조 특성상 정교한 설계가 제품 성능과 내구성을 좌우한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힌지 구조를 사실상 전면 재설계했다. 삼성은 이번 제품에 트라이폴드 전용으로 개발한 ‘아머 플렉스힌지’를 적용했고, 양쪽 힌지는 좌우 대칭 듀얼 레일 구조로 구성했다. 전체 하우징에는 티타늄 소재를 사용해 강성을 확보했으며, 전면에는 고릴라 글라스 세라믹2, 후면에는 특수 배합 유리섬유를 채택해 파손 위험을 크게 낮췄다.
이 같은 구조적 보강에도 불구하고 무게는 300g 초반대로 억제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양산 공정에 CT 단층 촬영 검사와 레이저 스캔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패널·힌지 정렬 편차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폴더블 제품군에서 반복 제기돼 온 품질 편차 문제를 개선하려는 삼성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트라이폴드는 5600mAh, 역대 갤럭시 폴더블 중 최대다. 더 흥미로운 건 접히는 패널 3개에 각각 배터리를 나눠 삽입해 균형을 맞췄다는 것. 실사용 시간은 갤Z7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멀티 윈도우 3개를 쓰고 영상도 돌리면 당연히 태블릿처럼 배터리가 더 빠르게 빠지는 상황이지만, 기본적인 ‘하루 버티기’는 가능했다.
화웨이 트라이폴드는 ‘인폴딩+아웃폴딩’ 혼합 구조라 더 얇고 더 고급스럽게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아웃폴딩 특성상 외부 화면이 충격에 취약하고 기스·파손 위험이 크다. 삼성은 반대로 완전 인폴딩을 택해 내구성, 힌지 안정, 디스플레이 보호 이 3가지를 최우선으로 잡았다.
359만400원이란 가격은 분명 비싸지만 기획 의도가 엿보인다. 삼성은 이 모델이 대량 판매형이 아니라 ‘가치를 아는 고객’용 니치 프리미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초도 물량도 3000대 수준으로 잡았고, 통신사가 아닌 자급제로만 판매하는 전략도 이와 맞닿아 있다.
단점도 확실하다. 309그램 무게는 주머니에 넣고 뛰면 존재감이 확실하다. 주름은 개선됐지만 ‘완전한 무주름’은 아니다. 10인치를 두 번 접는 구조의 한계다. 그러나 이 제품은 ‘실험작’이라기엔 완성도가 예상보다 훨씬 높고, AI 시대의 생산성 기기로서 설계 방향이 매우 명확하다. ‘스마트폰 + 미니 태블릿 + 포켓 PC’ 기능을 한 기기에서 해결하는 제품은 현존 스마트폰 중 트라이폴드가 유일하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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