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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美 빅테크 ‘넷제로’ 속도전에… 삼성전자, 협력사 탄소 관리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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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2-04 05:40:20   폰트크기 변경      

반도체 공정 직결 협력사 30여곳 지정

삼성에 공급망 배출 데이터 제출해야

협력사, 비용ㆍ인력ㆍ기술 역량 부족

1~2년 내 시스템 구축 부담 가중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 삼성전자 제공


[대한경제=이계풍 기자] 삼성전자가 공급망 탄소 관리 체계를 고도화해 협력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애플 등 미국 빅테크 고객사의 넷제로(Net Zero) 목표 시점이 2030년으로 다가오면서, 삼성은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걸쳐 Scope3(공급망 배출) 관리 기준을 정교하게 요구하는 모습이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경쟁에서 ESG 규제가 핵심 요소가 돼 가는 현실을 반영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최근 주요 공정과 직결된 협력사 30여 곳을 지정했다. 이들 협력사는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 구축한 신규 데이터 수집 시스템을 통해 공급망 배출 데이터를 제출해야 한다. 기존에는 협력사별로 기준이 달라 데이터 제출 방식이 제각각이었으나, 삼성의 새 기준에 맞춰 데이터 수집 시스템 자체를 재구축해야 해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시스템을 통일했으며, 적용 대상을 차차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가장 심각하게 인식하는 부분은 Scope3 관리 체계의 미흡함이다. 기업의 직접 배출(Scope1)과 전력 사용 배출(Scope2)은 이미 체계적으로 관리되지만, 전체 배출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협력사 공급망 배출(Scope3)은 데이터 산정 자체가 어렵다.

삼성전자는 Scope3 관리 협의체를 운영하며 업스트림(원료·부품 조달) 감축 로드맵을 마련하는 동시에, 다운스트림(제품 사용·폐기)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분야의 전문성을 활용해 AI·모바일·서버용 반도체의 전력 효율을 높이는 저전력 제품 개발과 미세 공정 적용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고객사(빅테크)가 최종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된다.

또한, 삼성은 ISO 기반 전과정평가(LCA) 체계와 제품탄소발자국(PCF)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글로벌 검증까지 마쳤다. 이는 공급망 데이터의 품질을 끌어올리고, 빅테크 고객사의 정교한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기술적 고도화 조치다.

삼성의 지원 노력에도 불구하고 협력사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한다. 삼성의 자체 개발 탄소계산 체계는 조립·패키징·웨이퍼 기반의 정형화된 공정에 맞춰 설계됐다. 이 때문에 가스·소재·부품 업체처럼 공정 구조가 다른 협력사들, 특히 Scope3 데이터 산정이 복잡한 비정형 공정을 가진 협력사에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맞춤형 기술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협력사 관계자는 “삼성의 상생 지원 체계가 스마트팩토리 중심에 머물러 있어, 협력사가 당장 필요로 하는 ESG·탄소회계 시스템 구축까지는 확대되지 않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그는 “삼성은 준비 신호를 보내다가 어느 시점에 기준을 확 끌어올리는 스타일”이라며 “비용, 인력, 기술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1~2년 안에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압박이 크다”고 말했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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